한국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미국 중앙은행(Fed)처럼 과감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경제계의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Fed의 조치를 열심히 연구하고 한국 상황에 적용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실적 제약이 많아 무작정 따라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Fed의 조치가 한은과 차이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대목이다. 하나는 무제한 양적완화다. 달러를 제한없이 찍어 시장에서 국채 등을 사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인수다. 사실상 기업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효과를 낸다.
한은은 Fed의 조치를 바로 취하기 어려운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들고 있다.
(1) 한은이 회사채 및 CP를 사들이는 것은 한은법에 저촉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한은법 68조, 75조, 76조에 따라 한은은 국채와 정부 보증채만 인수할 수 있고 회사채와 CP는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와 정부가 한은법의 관련 조항을 손질하거나 완화한다면 회사채와 CP를 사들이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 중앙은행이 회사채나 CP를 사들여 손실을 보면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중앙은행의 손실은 결국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회사채 매입은 중앙은행의 본질적 영역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한은은 보고 있다. 한은은 미국처럼 정부가 기업어음매입기구(CPFF)를 세우고 한은이 이 기구에 대출을 해주면 이 기구에서 CP를 매입하는 방식은 검토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이 경우 CP 매입 주체가 사실상 정부가 되기 때문에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3) 무제한의 양적완화로 가면 외국 자본이 이탈할 수 있다. 한은이 원화를 대거 찍어내 국채 등을 사들이면 원화가치는 하락(원·달러 환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달러를 원화로 바꿔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은 손실이 발생한다.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 또 다른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에선 기축통화국과 같은 통화정책을 펴는 데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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