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6월21일 (로이터) - 증산안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이란이 이번주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를 앞두고 소폭 증산안에 합의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20일(현지시간)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증산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회원국들을 설득하고 있다.
OPEC은 오는 22~23일 회의를 열어 공급 정책을 논의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은 이들에게 산유량을 늘려 유가 상승세를 진정시키고 세계 경제에 이바지해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전일 이란은 OPEC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7월부터 증산 단행을 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및 러시아의 견해와 정면 충돌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이날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최근 수개월 동안 산유량을 감산 할당량보다 더 크게 줄여온 OPEC 회원국들이 할당량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잔가네 장관의 이번 발언은 실질적으로 사우디 등 할당량 초과 감산을 단행한 국가들이 소폭 증산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란의 시각을 의식하고 있는 OPEC 측근 소식통은 "OPEC은 감산합의를 그대로 두되 이행률을 100%로 되돌리자고 결론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감산합의에 참여한 산유국들) 국가들에게 일평균 150만배럴 증산을 제안해왔다. 감산합의로 줄였던 일평균 180만배럴의 산유량을 실질적으로 거의 다 메우는 수준이다. 감산합의의 영향으로 지난 18개월 동안 시장 균형은 다시 조정됐으며, 브렌트유는 배럴당 75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지난 2016년에는 배럴당 27달러까지 내렸다.
이날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장관도 올 하반기 원유시장이 더 많은 석유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하며, OPEC의 의견이 "좋은 결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에콰도르는 OPEC+가 일평균 50만~60만배럴 증산하는 안을 두고 합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OPEC은 이란이 서명을 거부해도 증산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선례도 존재한다.
한편 자바르 알루아비 이라크 석유장관은 이날 OPEC회의에서 합의가 도출되길 바란다면서도 "석유 시장은 아직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사우디와 손을 잡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등 걸프만 산유국들이 대규모 증산을 경계하고 있으며, 사우디와 러시아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두고 당혹감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걸프만 산유국들이 증산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 조치를 점진적으로 이행해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차를 나타내고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걸프만 산유국들은 이란이 합의에 참여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UAE, 쿠웨이트, 오만의 장관들은 이날 잔가네 장관을 만나 회의를 진행했다.
모하메드 빈 하마드 알 루미 오만 석유장관은 이란이 증산 합의를 지지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에서 산유국들의 감산합의 초과 이행률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질 것이고, 이란은 여기에 "매우 협조적"이라고 밝혔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