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6월14일 (로이터) - 국제유가가 13일(현지시간) 반등했다.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는 예상보다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휘발유와 정제유 재고도 수요 강세의 영향으로 예상과 달리 줄었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 경질유(WTI)는 28센트, 0.42% 오른 배럴당 66.64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86센트, 1.13% 상승한 배럴당 76.74달러로 마쳤다.
장 초반 유가는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산유량 증가를 두고 우려가 나타난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오는 22~23일 오스트리아 빈 회의에서 감산합의를 완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후 유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약간 더 하락했다. 금리 인상은 시장 예상에 부합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날 정책 결정은 한편으로 연준이 2007~2009년 금융위기 시절의 초고도 완화정책 기조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전환점이 됐다.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달러화는 잠시 강세를 나타냈고, 원유를 비롯한 달러화 표시 원자재의 가격 부담은 커졌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는 414만3000배럴 감소했다. 애널리스트들은 274만4000배럴 감소를 예상했다. 휘발유 수요 추정치도 일평균 990만배럴로 사상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원유와 휘발유에 대한 수요량은 놀라운 수준"이라며 "게다가 원유 수출까지 겹쳐 이번 보고서는 완전히 상승세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난주 미국의 산유량은 일평균 1090만배럴로 전주 기록보다 10만배럴 늘었다. 그러나 킬더프 파트너는 시장이 충분히 증가분을 흡수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된 모든 원유가 정유공장 수요에 부응하는데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산유량도 일평균 1,100만배럴을 넘기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유량 역시 일평균 1,000만배럴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량을 나타내는 3개국이 모두 증산을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은행 SEB의 비얀 쉴드롭 애널리스트는 "감산합의에 참여한 산유국들이 증산할 것이란 점은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이미 증산을 시작했다"며 "비공식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2016년 10월 수준으로 산유량을 끌어올리는 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산유량 상한선을 3개월 동안 없애자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은 유가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유가를 두고 OPEC을 재차 비난하자, 이란은 미국의 핵협정 탈퇴가 유가 변동의 원인이라며 반박했다.
이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OPEC이 공급 감소분을 메우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세계는 거대한 수급 격차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EA는 내년 세계 석유수요가 140만배럴 늘어 이르면 올해 4분기에 일평균 1억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올해에도 석유 수요가 같은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 예상했다.
월간보고서에서 IEA는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공급 격차가 메워져도, 내년 시장은 균형을 맞추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유가는 국가간 마찰에 취약해져 상승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