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교보생명이 지난해 순이익이 줄어들었지만 배당(주당 5000원)은 줄이지 않았다. 풋옵션(지분을 특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겠다고 압박중인 재무적투자자(FI)와 갈등 탓에 배당을 줄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교보생명의 배당성향은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주당 5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 주주에게 총 1025억원을 지급한다. 배당 총액은 전년('17년)과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주주에게 배당금을 얼마나 돌려주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은 20.2%로 전년 16.8%보다 3.4%포인트 증가했다. 교보생명 배당성향이 20%를 초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보생명이 이처럼 배당성향을 확대한 것은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며 교보생명을 압박하고 있는 FI 영향이 컸다. 새국제회기준(IFRS17)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유보금을 늘려야 한다는 보험업계 분위기 속에서도 교보생명이 배당성향을 늘린 것은 FI에 대한 당근책이란 분석이다.
FI가 투자한 초년도인 지난 2012년 배당성향은 13.2%(당기순이익 5845억원, 배당금 769억원)였다. 이후 배당성향은 점증해 △'13년 14.6%(3933억원억원, 574억원억원) △'14년 15.9%(4821억원, 769억원) △'15년 17.8%(5744억원, 1025억원)를 기록했다.
IFRS17 화두로 유보금을 늘려야 한다는 이슈가 있던 '16년에는 배당성향이 16.0%(4821억원, 769억원)으로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FI와 갈등이 본격화된 '17년에는 다시 16.8%(6111억원, 1025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는 20.2%를 기록, 처음으로 20%가 넘는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이 지금까지 챙긴 배당액은 총 1430억원. 이는 2012년 투자한 원금 1조2054억원 대비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연환산수익률이다. 시중금리에 투자한 것보다 못했다.
이에 FI들은 지난해 10월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측에 전했다. 기업가치를 높여 '15년 IPO(기업공개)를 진행해 엑시트 할 기회를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탓이다.
한편 금융투자업계는 FI의 풋옵션 행사에 대해 상당부분 공감대를 갖는 분위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FI들은 IPO를 약속했던 2015년까지 약 20% 내외의 수익을 기대했을 것이다”며 “최대 연 2%에 불과한 배당수익률은 FI를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FI는 IPO 연기로 지체한 기회비용까지 더해 수익을 챙기려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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