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2월13일 (로이터) -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년 자신들의 원유에 대한 글로벌 수요 전망치를 낮춰잡았다. 지난주 감산합의에도 불구하고 공급과잉 문제가 잔존한다는 우려를 부각시켰다.
12일(현지시간) 월간보고서에서 OPEC은 내년 회원국들의 원유에 대한 수요가 일평균 3144만배럴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전망치보다 일평균 10만배럴 적은 수준이다. OPEC의 현 산유량보다는 일평균 153만배럴 적다.
지난주 OPEC과 러시아를 비롯한 산유국들(OPEC+)은 내년에 다시 감산을 단행하는데 합의한 바 있다. 유가 하락, 공급 증가를 둘러싼 우려 탓이다. 당시 OPEC+는 일평균 12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다. 이 중 OPEC이 부담하는 감산 규모는 일평균 80만배럴이다. 내년 예상되는 잉여분 153만배럴에 크게 못 미친다.
OPEC은 글로벌 원유수요가 내년에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서 OPEC은 "무역마찰 고조, 긴축적 통화정책, 지정학적 문제 등이 내년의 경제 위험을 더욱 하방으로 끌어당기고 있다"라며 "상방 위험은 제한적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지난주 OPEC+의 감산합의는 정책 기조의 전환을 의미한다. 올 6월 OPEC+는 산유량을 늘리는데 합의한 바 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OPEC에게 유가 하락에 일조하고,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른 수출 감소분을 메우라며 압력을 넣은 바 있다.
산유량을 늘리기로 했던 OPEC이 다시 감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지난 10월 이후 급락세를 나타낸 유가가 있다. 10월 중 유가는 4년 만에 최고치인 배럴당 86달러를 기록했지만, 이후 수요약화 우려 탓에 약세를 나타냈다.
공급과잉을 예고하는 또다른 조짐도 나타났다. 보고서에서 OPEC은 10월 중 선진국의 원유재고가 5년 평균치를 웃돌았다고 알렸다.
OPEC+는 지난해 감산을 시작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시장 내 원유재고가 사라지기도 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중 OPEC의 산유량이 일평균 3297만배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대비 일평균 1만1000배럴 줄어든 수준이다. 미국의 이란제재가 재개된 가운데에도 OPEC의 산유량은 큰 감소폭을 보이지 않았다.
이란의 산유량 감소폭은 일평균 38만배럴로 OPEC 내에서 가장 컸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일평균 37만7000배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일평균 7만1000배럴 증산을 단행해 이를 상쇄했다.
사우디는 11월 중 산유량이 사상 최대 수준인 일평균 1109만3000배럴을 기록했다고 OPEC에 알렸다.
OPEC 보고서 내 지표에 따르면, 내년에 OPEC이 일평균 80만배럴 감산을 단행해도 시장에는 공급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란의 산유량이 추가로 감소하거나 여타 국가에서 예기치 못한 생산차질이 발생할 경우, 공급과잉은 일부 해소될 수도 있다.
한편 카타르는 내년 OPEC 탈퇴를 계획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OPEC에 남아있으며, 이번 보고서 내 전망치에도 카타르 몫이 함께 반영됐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