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31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 기업인 PdVSA에 대한 제재를 가하며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위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번 제재의 목적은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더는 베네수엘라의 수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가 원유 매출에서 이익을 얻는 것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원유 공급에 타격을 주고 미국의 가솔린 가격을 높이며 중기적으로는 전세계 유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 역시 자명하다.
기술적으로 보았을 때,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에 금수조치를 내린 것은 아니다. 이번 제재는 미국의 기업이 마두로 정부에 대금을 지불하는 것을 막는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사들일 수는 있으나, 대금은 마두로가 물러날 때까지 미국 내 계좌에 묶여있게 된다. 마두로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PdVSA가 선금을 받지 않았을 경우 미국행 유조선에 원유를 적재하는 것을 금지했다. 현재 이동 중인 유조선을 제외하면 미국으로의 원유 수송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미국의 정제 공장은 12월 기준 일일 574,000배럴의 베네수엘라 원유를 수입했다. 현재 바다를 건너고 있는 물량이 있으니 원유 제재가 바로 효과를 발휘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사안이 빠르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미국 정제 공장들은 몇 주 안으로 그 여파를 겪게 될 것이다.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원유로 대체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베네수엘라는 고유황 중유를 주로 생산하는 반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것은 주로 저유황 경유이기 때문이다.
정제 공장 자체를 개조하지 않는 이상은 이 둘을 서로 대신할 수 없다. 캐나다의 역청 지대나 중동 등에서 고유황 중유를 공수할 수는 있겠지만, 이 원유를 미국으로 끌어오기에는 수송과 공급에 장애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를 발표했을 때,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중동의 원유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고 따라서 미국의 원유 공급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가 원유 생산량을 실제로 늘릴 가능성은 몹시 낮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월 산유량을 일일 1,020만 배럴까지 줄일 것이며, 아시아 수출은 유지하겠지만 미국 수출량은 줄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이 2월 말부터 3월까지의 원유 공급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미국이 겪게 될 공급 부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몇 있기는 하다. 첫번째는 미국이 일시적으로 멕시코에 가솔린 수출을 중단하면서 가솔린 재고를 상당히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미국의 정제 공장들이 곧 정기적인 유지보수철을 맞아 여름 가솔린 생산 체재로 전환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각지의 정제 공장이 시차를 두고 일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하기 때문에 원유 수요가 줄어든다. 미국 정제 공장들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생산을 계속해왔으며 가솔린 수출이 둔화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제재로 인한 타격을 어느 정도는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공급 부족을 가장 뼈저리게 느낄 것은 베네수엘라 원유의 주 수입사들이다. 시트고(Citgo), 쉐브론(Chevron, NYSE:CVX), PBF 에너지(PBF Energy, NYSE:PBF)와 발레로 에너지(Valero Energy, NYSE:VLO)는 모두 상당량의 베네수엘라 원유를 수입한다. 베네수엘라산 고유황 중유의 대체재를 찾는 것은 어려울 것이며, 이 업체들로부터 가솔린을 공급받는 주유소들은 가격을 인상하고, 최악의 경우 공급 부족을 겪을 수 있다.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트고에서 물량을 공급하지 못할 경우에는 주유소들이 다른 업체의 가솔린을 수급하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가격이 높아질 것이다. 시트고 주유소들은 시트고 정제 공장에서 특별 브랜드를 공급받기 때문에 더욱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시트고 주유소가 다른 업체의 가솔린을 공급받을 경우, 브랜드와 광고를 변경해야 할지는 미지수다.
마두로가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베네수엘라 군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근시일 안에 사임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5월에는 유가가 가파르게 치솟을 수 있다. 베네수엘라 사태와 OPEC의 감산, 그리고 이란 제재 예외권 만료가 맞물릴 가능성이 높으며, 유가 역시 그만큼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