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목표가 185만~420만원…AI 낙관론·피크아웃론 ’정면 충돌’

1년여 전, 필자는 인공지능(AI)이 재정적자 논란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Goldman Sachs가 관련 연구를 내놓았고, 처음 읽었을 때는 이 주장을 반박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다만 30년 넘게 자본지출(CapEx) 사이클을 지켜본 경험을 통해 배운 점은, 새로운 데이터가 등장했을 때 기존 논리를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 논리를 다시 검증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살펴본 결과, 2025년 6월 제시했던 이 논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그 이후 AI 자본지출 리스크의 성격은 더욱 뚜렷해졌고, 몇 가지 측면에서는 주장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생겼다.
현재 AI 투자 사이클의 강세 논리와 극단적 하방 위험은 동일한 투자 확대 흐름에서 비롯되고 있다. 다만 두 가지 시나리오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제시했던 논리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였다.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게 부풀려졌고, AI 인프라 투자가 GDP를 끌어올리며, 경제 규모라는 분모가 커지면서 부채 대비 GDP 비율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Goldman Sachs 경제팀의 엘시 펭(Elsie Peng)이 최근 발표한 연구는 AI 자본지출(CapEx) 가운데 실제 미국 GDP 지표에 반영되는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면밀히 분석했다. 결과는 시장에서 지금까지 제시된 대부분의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경제 환경도 이전보다 복잡해졌다. 미국 경제분석국(BEA)의 2026년 1분기 GDP 수정치는 잠정치였던 2.0%에서 1.6% 성장으로 하향 조정됐다. 하향 조정의 대부분은 재고 투자 감소에서 비롯됐다. 2025년 4분기 연방정부 셧다운 이후 나타난 정부 지출 반등 효과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내수 수요는 표면적인 성장률보다 훨씬 약한 모습이다.
중동발 공급 충격, 여전히 이어지는 관세 영향, 이민 감소에 따른 노동 공급 제약 등이 모두 소비 측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AI 자본지출 리스크가 단순한 이론적 논쟁을 넘어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의 현실적인 문제로 바뀐다.
AI CapEx는 더 이상 단순한 성장 기여 요인이 아니다. 점점 더 미국 경제 성장 자체를 떠받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AI 관련 지출은 올해 말 연환산 기준 8,000억 달러 규모에 도달할 전망이며, 2026년 ‘실질’ 자본지출 증가율에 약 3.3%포인트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까지는 AI 투자 낙관론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중요한 지점은 그다음이다. 이 같은 자본지출이 실제 GDP 성장으로 전환되는 효과를 계산하면, 골드만삭스는 AI 투자가 ‘실질 기준’ GDP에 기여하는 폭을 약 0.3%, 그리고 공식 집계되는 GDP 기준으로는 불과 0.1% 수준으로 추정한다.

그 수치는 작다. 그리고 처음 보면 지난 6월 필자가 제시했던 주장을 반박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골드만삭스의 분석 틀은 측정하고자 하는 항목에 대해서는 기계적으로 정확하다. 그러나 재정적자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설명하기에는 상당히 불완전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단순한 회계적 계산과 경제 현실 사이의 차이는 실제 투자 기회가 어디에 존재하는지에서 발생한다.
기존 승수 효과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던 이유
지난 6월 글에서 지금이라면 다르게 작성할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승수 효과(multiplier) 계산이다.
당시 필자는 미국토목학회(ASCE)의 추정치, 즉 인프라 투자 10억 달러가 10년에 걸쳐 약 30억 달러의 GDP를 창출한다는 분석을 활용했다. 그리고 이를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확정된 AI 인프라 투자에 적용해 누적 GDP 효과가 약 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ASCE의 수치는 실제 데이터에 기반한 신뢰할 만한 추정치다. 하지만 이 수치는 도로, 교량, 대중교통, 상하수도 등 전통적인 공공 인프라 투자를 대상으로 산출된 것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투입 비용의 거의 100%가 국내에서 발생한다.
반면 AI 자본지출은 그렇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이 점을 명확하게 지적한다.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장비 상당 부분, 즉 서버, 메모리 저장장치, 첨단 반도체, 일부 전력 전송 장비는 대만, 한국, 일본 등에서 조달된다. 이 과정에서 지출된 비용은 장비가 판매되는 순간 미국을 빠져나간다. 해당 금액은 미국 GDP가 아니라 이들 국가의 수출 통계에 반영된다.
물론 데이터센터, 발전 시설, 전력망 증설 등 건설·구조물 부문은 국내 생산 비중이 거의 100%에 가깝다. 하지만 장비 부문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전체 AI 투자를 감안한 혼합 승수는 필자가 적용했던 3배(3:1)보다 2배(2:1)에 가까운 수준이 더 현실적이다.
물론 이는 기존 GDP 추정치를 낮추는 요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핵심 논리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승수를 2배로 낮춰 적용하더라도, 확정된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AI 관련 투자는 향후 10년에 걸쳐 약 3조6,000억 달러의 누적 GDP 증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부채 대비 GDP 비율 개선 효과는 당초 예상보다 작아질 것이다. 하지만 경제 규모 확대를 통해 부채 부담을 완화한다는 방향성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

재정적자를 해결하는 핵심은 생산성 향상이다
두 번째 수정 사항은 더욱 중요하다. 필자는 지난해 6월 글에서 생산성 향상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했다. 당시 “AI가 이끄는 생산성 개선”이라는 표현은 결론 부분에 언급됐지만, 지금 다시 쓴다면 이는 결론이 아니라 기사의 핵심 주제가 되어야 한다.
분명히 해야 할 점은 있다. 자본지출(CapEx)은 AI 혁명의 가장 눈에 보이고 측정 가능한 부분이며, GDP 통계에 반영되는 영역이다. 골드만삭스가 집계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고, 미국 경제분석국(BEA)의 공식 통계에도 나타나는 부분이다.
하지만 부채 대비 GDP 비율이 개선됐던 역사적 사례를 보면 결론은 명확하다. 실제로 부채 부담이 낮아졌던 시기는 단순히 투자 지출이 증가했던 시기가 아니라, 생산성이 가속화됐던 시기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대를 살펴보자. 그리고 1990년대 기술 호황기도 마찬가지다. 두 시기 모두 강력한 자본투자가 동반됐다. 하지만 재정 여건 개선을 이끈 것은 서비스업, 제조업 효율성, 노동 생산성 전반에 걸쳐 누적된 총요소생산성(TFP) 향상이었다.
자본지출은 초기 투자금이었다. 진정한 성과는 생산성 향상에서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AI가 재정적자에 미치는 영향을 낙관적으로 보는 근거는 얼마나 많은 데이터센터가 건설되느냐에 있지 않다. 핵심은 AI 도입이 의료, 소프트웨어 개발, 물류, 금융 중개, 전문 서비스 등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생산성 향상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된다. 또한 수입 누수(import leakage)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Congressional Budget Office(CBO)의 전망 모델이 구조적으로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생산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AI 자본지출 리스크에 대한 해석도 달라진다.
AI 도입이 예상대로 성숙 단계에 접어든다면,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결국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도입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미국 경제는 하나의 성장 동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를 떠안게 된다.
즉, AI 투자의 진짜 승부처는 얼마나 많은 설비를 구축하느냐가 아니라, 그 설비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 혁신으로 연결되느냐에 있다.
AI CapEx 리스크의 비대칭성은 기존 분석보다 훨씬 크다
이제 지난 6월 글에서 오늘날이라면 훨씬 더 비중 있게 다뤘을 부분에 도달했다. 바로 AI 자본지출의 상승과 하락 위험 사이에 존재하는 비대칭성이다. 그 격차는 당시 필자가 평가했던 것보다 훨씬 크며, 그 원인은 골드만삭스의 분석 틀에서 나타난 동일한 과소평가에서 비롯된다.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GDP 기여도 0.3%**라는 수치는 직접적인 투자 항목만 반영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국내 건설 부문으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 건설 노동자와 운영 인력의 소득이 개인소비지출(PCE)로 유입되는 효과, 유틸리티 기업의 국내 자본투자, 그리고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지역에서 발생하는 지역 경제 파급 효과가 빠져 있다.
보다 포괄적인 방식으로 계산한다면 AI가 경제에 미치는 전체 영향은 GDP의 0.7~0.9% 수준에 가까울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것이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흔히 인식하는 수준보다는 분명히 크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상승 국면에서 과소평가되는 요소들은 하락 국면에서는 분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골드만삭스는 닷컴 버블 붕괴와 유사한 AI 투자 사이클 반전 시나리오를 분석하며 GDP 성장률을 0.2~0.4%포인트 끌어내리는 효과를 추정한다. 하지만 AI 자본지출 사이클이 실제로 꺾인다면, 건설 부문, 노동 시장, 지역 경제 파급 효과는 통계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훨씬 급격하게 위축된다.
건설업 종사자들은 대규모 해고에 직면할 수 있다.
유틸리티 기업의 대규모 투자는 활용되지 못한 자산으로 남을 수 있다.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성장했던 지역 경제는 동시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0.2~0.4%포인트라는 하락 추정치 자체도 과소평가일 가능성이 있다. 골드만삭스의 상승 효과 추정치가 작게 잡힌 이유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결국 AI CapEx 리스크의 범위는 기존 분석이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넓다. 상승 효과를 가리는 과소평가가 동시에 하락 위험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도 가리고 있다.
이번에는 지난 6월 재정적자 논리에서 제시했던 이 부분을 더욱 명확히 짚고자 한다.
AI 투자에 대한 낙관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꼬리 위험(tail risk)은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AI CapEx 리스크가 포트폴리오에 의미하는 것
투자 관점에서 보면 시사점은 보다 명확한 방향으로 바뀐다. 기존에 제시했던 수혜 기업군은 여전히 유효하다. 유틸리티 기업, 인프라 관련주, 하이퍼스케일러, 그리고 Caterpillar·United Rentals 같은 장비·서비스 공급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들 종목에 대한 투자 비중을 결정하는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첫째, AI 인프라 구축 노출도보다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AI 도입 여부가 더 중요하다.
기존 업무 흐름에 AI를 통합하고, 고객에게 실제 생산성 개선 효과를 제공하는 기업은 단순히 하이퍼스케일러의 다음 분기 자본지출 주문에 의존하는 기업보다 훨씬 지속적인 수익 성장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지나면서 AI 생산성 혁명의 성과가 나타나는 곳은 결국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영역이다. 필자가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분야도 바로 이 영역이다.
둘째, AI 인프라 구축 관련 기업들도 여전히 투자 기회가 있지만, 이들은 구조적 성장주가 아니라 경기순환적 노출(cyclical exposure)로 접근해야 한다.
2000~2001년 닷컴 버블 붕괴는 기대가 꺾였을 때 자본지출 관련 매출이 얼마나 빠르게 위축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제 사례다. 따라서 투자 비중 역시 이러한 가능성을 반영해야 한다.
앞서 AI 생산성과 혁신에 대해 분석했던 것처럼, 중요한 것은 방향성 자체보다 속도의 문제다. AI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과, 그 효과가 언제 나타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셋째, 자금 조달 구조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현재 AI 자본지출 사이클은 점점 더 부채와 하이퍼스케일러, 반도체 기업,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간의 순환적 공급업체 금융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내부 유보이익으로 투자하는 전통적인 자본지출과는 다른 위험 구조다.
골드만삭스 리서치팀 역시 지난 5월 노동력 병목 현상을 지적했다. 숙련 기술 인력 채용 수요는 약 60만 개에 달하는 반면, 연간 신규 견습 인력 공급은 약 15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 즉, 자본이 충분히 확보돼 있더라도 실제 프로젝트 완료 일정은 지연될 수 있다.
만약 금융 여건이 악화되거나 노동력 부족으로 인프라 구축 속도가 제한된다면, AI CapEx 사이클의 반전 가능성은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지난해 6월 제시했던 핵심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투자 전략은 달라져야 한다.
단순한 AI 자본지출 승수가 아니라 AI 생산성 도입에 투자해야 한다. 인프라 구축의 수혜 기업군 전반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그리고 비대칭적인 위험 구조를 고려해 투자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
현재 미국 GDP 성장의 상당 부분을 이끌고 있는 AI 인프라 구축이 계속된다면 기회는 크다. 하지만 이 흐름이 멈추는 순간, 같은 투자 사이클은 반대로 빠르게 경제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다.
해법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 해법이 있는 곳은 달라졌다
2025년 6월 글에서 필자는 재정적자 논란의 해법이 인공지능에 있다고 주장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다시 평가한다면, 해법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그 해법은 지출 규모 자체가 아니라 생산성 향상에 있다. 이제 AI 자본지출 사이클은 응급실에서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듯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 투자자들이 찾아야 할 것은 이 흐름이 경제 회복의 서사가 될지, 아니면 다음 경기 침체의 원인이 될지를 결정하는 신호들이다.
중요한 점은 어느 한쪽의 결과도 이미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AI 자본지출 사이클은 AI 도입이 현재 진행 중인 인프라 구축 속도를 따라잡기 전까지 앞으로 2~3년 더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생산성 향상 효과가 적시에 나타나고, 미국의 부채 대비 GDP 경로는 올바른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다.
반대로 AI 도입이 충분히 성숙하기 전에 자본지출 기대가 무너진다면, 우리는 GDP의 상당 부분을 끌어내리는 급격한 투자 사이클 조정을 경험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은 두 가지 경로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이에 맞춰 포지션을 조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