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오늘 기업설명회를 통해 지난해 2023년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영업이익 11조 6천79억 원을 기록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작년에 발표한 중장기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5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하고, 매입분 소각 비율을 조건부 100%로 확대한다고 밟혔습니다. 겹호재에 장중 급등하는 기아의 주가를 보면서 저는 실적 호재보다는 ‘자사주 매입 소각’이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우리 투자자들이 금융시장 정책과 상장사에 요구하는 중요한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 ※ 오늘 증시 토크는 개별 주식 기아에 대한 투자 의견이 아닙니다. ]
자사주 매입 소각 : 30여년 전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다가 겪은 상황.
소싯적 필자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그렇게도 좋아했습니다. 그중 90년대 중후반에 반짝인기를 끌었던 ‘캐OOOO’이라는 가상 경영게임을 몇 달 동안 밤낮없이 빠져있던 때도 있었지요. 그 시뮬레이션 게임에는 회사 경영뿐만 아니라 주식시장도 있어 다른 회사 주식을 시장에서 매입하여 M&A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금 생각해도 정교한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게임에서 저의 가상의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면 총주식 수가 저절로 줄어드는 괴이한(?) 현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분명 시장에서 큰 돈들여 매입하였는데 나의 지분율은 올라가긴 하는데 총주식 수는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지요. 당시 이과생이었던 필자는 경영학과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긴 하였지만 엉뚱한 답만 들었을 뿐입니다.
수년 뒤 주식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부한 이후, 그 경영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나타났던 현상은 ‘자사주 매입 후 자동 소각’이었던 것을 알게 되었지요. 한국 상장사에서는 거의 나타나지는 않지만, 미국 및 서양에서는 당연했던 제도였던 것입니다. 30여 년이 다 되어가는 그 시절에도 말입니다.
그런데 이 ‘자사주 매입 소각’은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는 여러 가지 근본적인 효과를 만들어 줍니다.
자사주 매입-소각의 효과 1. 시장 유통 주식 수를 줄여준다.
자사주 매입-소각에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그중 눈에 보이는 직접적인 효과는 시장 유통 주식 수를 줄여준다는 점입니다. 시장에 주식이 분산되어 있으면 이해관계가 복잡하여지므로 잠재 매물화되고 주가에 부정적인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흩어진 주식들이 흡수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주가를 방어하는 효과까지 가져오기 때문에 주가에 직접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지요.
다만, 우리나라 상장사들은 자사주를 매입한 후 주가가 급등했을 때 매각하거나 기업분할을 통해 기존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행위들을 자주 해왔다가 보니, 자사주 매입하는 것만으로는 절반 정도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뿐이지요. 하지만, 자사주 매입을 소각하게 되면 잠재 물량을 완전히 제거한단 점에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고 실제 주가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자사주 매입-소각의 효과 2. 주식의 가치가 높아진다.
자사주 매입-소각하게 되면, 순자산 측면에서는 감소하는 점이 단점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로서는 본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꾸준하다면 줄어든 주식 수가 감소한 순자산으로 인해 2가지 긍정적인 주가 가치 상승 효과가 만들어집니다.
첫 번째로 EPS (주당순이익 = 이익 ÷ 주식 수)가 크게 높아집니다. 이익은 그대로인데 주식 수가 감소하면 자연스럽게 분모가 작아지기에 EPS는 높아지게 되지요. 이에 따라 PER(주가 ÷ EPS)가 낮아지면서 주식의 상대 가치는 이익 가치 측면에서 한층 저평가됩니다.
두 번째로 ROE, (자기자본 순이익률 = 이익 ÷ 자기자본) 이 높아집니다. 자사주-매입소각을 하면서 놀고 있던 현금성 자산이 소진되어 자기자본이 줄어들면서 ROE가 높아지게 됩니다. ROE는 성장성과 수익성의 지표이지요. 결국 기업가치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시장은 부여합니다. 결국 주가에 근본적인 원동력이 되어주지요.
대표적으로 미국 애플의 자사주 매입 소각이 주가에 긍정적인 효과를 장기적으로 만들어 주었음을 떠올려 볼 수 있겠습니다.
자사주 매입-소각의 효과 3.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 소각이 주주 절세 측면에서 득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환원 정책에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회사 차원에서는 돈이 나간다는 것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주주입장에서는 세금 측면에서 차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배당은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 당하고 금액이 크면 금융소득 종합과세로 세율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소각은 직접적으로 주주들에게 돈이 전해진 것이 아니기에 절세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그러하기에, 이 원리를 아는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은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을 그리고 여기에 소각까지 해주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자사주 매입뿐만 아니라 소각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기를
개인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대한 요구가 정치권에까지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 같다면 도박꾼들이 소리친다면서 무시당했겠지만, 이제는 전 국민이 주식투자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시대에 주주가치 고양을 위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대한 요구는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정치권에도 가해지는 즈음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당장 확 바뀌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걸음씩 변해가는 한국 증시 문화를 보다 보면, 5년 혹은 10년 후에는 필자가 30여 년 전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면서 경험하였던 자사주 매입 소각이 당연한 시대가 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즈음 한국 증시는 지금보다 몇 단계 더 진화해 있을 것입니다.
2024년 1월 25일 목요일
lovefund이성수 [ CIIA / 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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