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12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화이자(Pfizer, NYSE:PFE)의 코로나19 백신이 90%의 성공률을 보일 수도 있다는 월요일에 보도된 소식은 증시 전반을 크게 상승시켰다. 가장 큰 수익을 거둔 것은 여행 관련 업종들로, 원유 기업들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엑슨모빌(ExxonMobil, NYSE:XOM)과 쉐브론(Chevron, NYSE:CVX)은 각각 $4.70, $12.14 상승했다. WTI와 브렌트유는 백신 관련 발표 이후 상대적으로 큰 편에 속하는 상승폭을 보이며 여름 운전 시즌이 끝난 이후로 입었던 손실을 거의 모두 만회했다.
이런 움직임을 일으킨 것은 대체로 백신 관련 뉴스와 투기, 그리고 투자 확대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20년 4분기와 2021년 1분기의 원유 수급 상황은 차마 긍정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수요
지난주 이 칼럼에서도 다루었다시피, 최근 유럽에서 한 달간 유지될 봉쇄령은 수요에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타격을 주었다. 미국 각 주와 대도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매사추세츠와 뉴저지, 그리고 뉴욕은 이번 주 자택대기령과 통행금지, 그리고 개인 주택에서의 사적 모임 금지 제한 등을 내렸다.
지난해 항공과 차량 여행은 신기록을 세웠지만, 이번 추수감사절 연휴에는 여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스마스 연휴 시즌에도 차마 좋은 징조라고는 할 수 없다. 미국에서나 유럽에서나 봉쇄와 통행금지, 여행 제한으로 발이 묶여 여행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 될 것이다.
각종 유명 기관들은 재차 원유 수요 전망을 하향했다. 개중에서도 OPEC은 분기 중반부에 2020년 4분기 수요 전망을 일일 96만 배럴 낮추기까지 했다. 회원국들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감산에 동참하게 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지만, 이번 주에 전망을 하향한 것은 OPEC만이 아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EIA)은 2021년 수요 성장 전망을 일일 36만 배럴, 2020년 4분기 미국 가솔린 수요는 일일 30만 배럴 하향했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는 목요일에 이 글이 작성된 이후 개정된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초에 있었던 IEA측 인사의 발언에서는 유럽의 봉쇄가 원유 수요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는 신호를 확인할 수 있다.
공급
OPEC+은 당초 계획했던 증산을 철회하는 것에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합의를 통해 1월부터 추가 감산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확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리비아산 원유가 다시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면 모두 없는 일이나 마찬가지가 되고 말 것이다. 리비아의 산유량은 한 달 안에 일일 130만 배럴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며, 국영석유회사 측에서는 산유량이 일일 170만 배럴 수준으로 안정화되기 전까지 OPEC의 감산 할당량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에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소식이 있었다. API와 EIA에 의하면 미국의 원유 재고는 상당한 수준의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EIA는 또한 미국 산유량이 일일 1,050만 배럴이라고 밝혔다. 2020년 초에 기록했던 일일 1,300만 배럴에 비해서는 훨씬 낮으나, 코로나19 패닉에 빠진 봄과 여름 사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양호한 수준이다.
원유 생산업체들은 더욱 저렴한 원유를 생산해 팔기 위해 미완성 유정(drilled but uncompleted wells, DUCs)에 손을 대고 있으며, 시추공 수는 5월 수준인 226곳까지 복귀했다. 3월에 기록했던 683에 비해서는 대폭 낮은 수치지만 감소 추세 자체는 뒤집힌 것으로 보인다. 시추공 수는 10월과 11월에 걸쳐 꾸준히 증가해왔다.
새로운 채굴이 감소율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미국 산유량이 재차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 역학은 매우 복잡하다. 기업마다 자산과 현금흐름, 채굴비용, 미완성 유정의 재고, 그리고 증산을 위해 필요한 가격의 프로필이 다르다. 트레이더들이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결론
이번 주 유가가 보인 움직임은 실제 거래되는 선물과 관련된 펀더멘털이 아닌, 백신 개발 가능성이라는 환상에 기반한 것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시장의 분위기가 수요와 공급만큼이나 중요하기도 하다. 미국 대선과 관련된 끝없는 사건사고는 이번 주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으며, 복잡한 제약품의 개발 가능성에 관련된 소식에 좌우되는 시장은 예측 가능성도 안정성도 없는 시장인 것일지도 모른다.
백신 생산이나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면 그와는 반대로 기적적인 효과를 낸다면?
원유 펀더멘털과는 무관한 사건 전개에 지나치게 많은 것이 걸린 상황이다.
--번역: 임예지/Investing.c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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