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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길 ETF칼럼] 금값 상승 어디까지?

입력: 2020- 08- 10- 오전 09:36



최근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산은 금이다. 금만 혼자 가격이 상승하고 있단 뜻이 아니다. 가격상승을 견주어보면 미국증시, 특히 기술주 또한 역사적 고점을 넘나들 만큼 뜨겁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펄펄 끓고 있는 미국증시에서 투자자들은 오히려 조금씩 발을 빼고 있다는 사실이다. 7월, 미국 주식형 ETF에서 유출된 자산규모는 2억 달러를 넘어선다. 6월에는 투자자들이 무려 100억 달러어치를 팔고 떠났다.

주식형 ETF에 대한 매도는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금년 들어 한국증시 상장 ETF 중 자산유출이 가장 많은 종목이 KODEX200과 TIGER200이었고 반대로 가장 많은 자산이 유입된 종목은 인버스 ETF들이다. 투자자들은 COVID-19 영향으로 무너져버린 거시경제 환경을 바라보며 증시의 상승세에 의심을 품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채권형 ETF와 귀금속 ETF에는 큰 폭의 자산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이중 채권형 ETF는 미 연준이 회사채 ETF를 직접 매수하기에 나타나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 할 수 있다. 즉, 회사채의 좋은 건정성 때문에 투자자들이 매수하는 것이 아니고 연준이 무조건 사들일 것이기 때문에 이 유동성의 힘을 믿고 따라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론 미국 회사채의 부도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결국 남은 것은 귀금속뿐이다. 금년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자신의 의지로 가격상승을 전망하는 유일한 섹터가 바로 귀금속이다. 금년 들어 미국증시 상장 귀금속 ETF에 유입된 자산규모는 330억 달러이다. 유입되는 자산의 규모도 크지만 1월부터 단 한 달도 빠지지 않고 끊임없이 돈이 들어오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실제로 금년 금값은 7월 말까지 30%나 상승할 만큼 호조를 보였다. 중요한 점은 아무도 지금을 끝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다시 30%가 더 오를 수도 있고 어쩌면 지금이 시작에 불과하는지도 모른다.

8월 초 현재 금값은 온스당 $2,000를 넘어서 역사적 최고점 기록을 다시 썼다. 사람들이 금을 여전히 희망찬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모든 환경이 금 가격에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값을 결정하는 두 개의 주요 변수인 시장금리와 달러가 연일 약세를 보이는 중이다. 특히 금리는 과거 100년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알다시피 금값은 금리 및 달러와 역상관성을 보인다. 1980년 1월 이후 금값과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의 상관계수는 -0.66으로 나타난다.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와의 상관계수 역시 -0.43으로 역상관성이 뚜렷하다. 무수익자산인 금은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아무래도 관심이 식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고금리 자산으로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달러가 강해도 금에는 불리하다. 일반적으로 달러로 가격이 메겨지는 원자재의 특성 상 달러가치 상승은 원자재의 평가절하로 이어질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반드시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금에 대해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안전자산이라는 타이틀을 과잉해석해 금값은 증시가 하락할 때 주로 상승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반대에 가깝다. 다시 한번 상관계수를 살펴보면 지난 40년 동안 금값과 S&P 500지수 사이의 상관계수는 무려 0.72이다. 이 둘은 같은 방향성을 보이는 경우가 월등히 많았던 것이다. 대표적 골디락스 장세였던 2000년 대 중반 글로벌 증시가 호황을 보이는 가운데 금값 역시 호조를 보였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로 증시가 급락할 때 금값 역시 하락한 바 있다. 금년 3월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는 와중에 금값 또한 하락하는 모습을 우리는 지켜보았다. 물론 증시가 부진할 때 금값이 상승하는 경우도 당연히 있다. 2000년 초반 IT버블 붕괴 당시가 이에 해당한다. 결론적으로 금값에 대한 증시의 설명력은 그다지 높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증시 급상승이 딱히 안전자산인 금에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과연 금값은 얼마까지 상승할까? BoA는 내년 연말까지 $3,000를 제시했고 골드만삭스는 $2,300를 전망하고 있다. 유감스러운 점은 적정 금값을 산출하는 일반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점에서 금은 주식과 큰 차이를 보인다. 주식의 경우 맞건 틀리건 적정주가를 계산하는 다양한 방법론들이 존재한다. 아무튼 중요한 점은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명제에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내년 연말까지 금값이 어디까지 상승해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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