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 - ▲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올해 경제성장률이 연 1.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부산 남구 신선대(사진 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서승리 기자 | 탄핵 정국 장기화와 고환율·고물가 등으로 내수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국내 정국 불안이 지속되는 경우 성장률은 더욱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KDI 경제전망 수정’ 발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연 1.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제시한 2024년 하반기 전망(2.0%) 대비 0.4%p 하향 조정된 수치다.
KDI는 상반기 성장률이 0.9%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전망(2.8%)과 비교해 1.9%p 대폭 감소한 수치이며, 하반기 전망치는 2.2%로 제시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이 시차를 두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미 중국 등에 관세를 올린 상황”이라며 “정국 불안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높으나, 2분기로 넘어가며 해소될 것으로 전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KDI가 제시한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 국제통화기금(IMF, 2.0%), 정부(1.8%), 한국은행(1.9%) 등 주요기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내수와 수출 증가폭도 축소되며 성장세가 약화할 것으로 봤다. 소비의 경우 현재 경기 상황에 비해 높은 금리 수준이 지속되고 정국 불안에 따른 심리 위축까지 겹치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민간소비 증가율은 수출 증가세 둔화와 가계심리 위축 등을 반영해 0.2%p 하향 조정한 1.6%로 제시했다.
투자의 경우 반도체 경기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대외 불확실성 확대의 영향으로 종전 전망치(2.1%)를 소폭 하회하는 2.0%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투자는 누적된 수주부진의 영향으로 전년(-2.7%)에 이어 -1.2%의 역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봤다. 건설업체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 및 부동산 경기 둔화 등을 반영한 결과다.
국내 경기를 이끌어온 수출 또한 통상환경의 악화로 1.8%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와 비교해 0.3%p 주저앉은 것으로, 수출의 큰 비중을 담당하는 반도체 수출 호조세는 유지되겠으나, 올해 추가적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내수와 수출 모두 하향 조정이 이뤄지며 경상수지 흑자 폭 전망치도 930억달러에서 897억달러로 줄어들었다.
한편, KDI는 미국의 통상정책에 따른 갈등이 격화되는 경우 올해 성장률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상 분쟁이 격화되며 각국의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경우 국내 수출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며 성장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대내적으로는 정국 불안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이,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통상 환경 악화가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종전 전망 때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이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다”며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분기로 넘어가며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해당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경우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0.1%p 이하일 것”이라면서도 “미국 정부 정책에 따른 통상 갈등이 더욱 격화하거나, 정국 불안이 예상보다 장기화한다면 성장률은 1.6%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