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6일 작성된 영무 기사의 번역본)
By Barani Krishnan
원유를 잊어라. 지금까지 흔히 쓰여왔던 “상황은 나아지기 전에 우선 악화될 것이다,”라는 말은 시장과 투자자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공포를 안겨주는 표현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연준이 고작 2주 사이에 2차 비상 인하를 진행해 금리가 제로 수준에 도달하고 7,000억 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면 시장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은 “뭐라고요?”가 고작일 것이다.
코로나19 히스테리로 유럽에서는 이미 1,000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봉쇄 조치에 들어갔으며, 미국인들은 다음 순서가 자신들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세계 경제는 어떤 중앙은행도 예상하지 못했을 방향으로 뒤집혔다.
단순한 외출에서부터 출근, 운전, 외식, 음주, 그리고 쇼핑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인 행동이 모두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는 아무리 금리를 인하하고 부양책을 펼쳐도 실질적인 수요를 상승시키거나 소비자 심리를 되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소비자 지출이 경제의 약 80%를 차지하는 미국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당국이 실직하거나 감봉당한 일반인들에게 직접 돈을 지급해 온라인상으로나마 평상시와 같은 소비를 이어가게 할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다.
나이키(Nike, NYSE:NKE)와 어반 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 NASDAQ:URBN)를 포함한 총 14곳의 소매업체들이 일시적으로 매장을 폐쇄하고 월마트(Walmart, NYSE:WMT)와 애플(Apple, NASDAQ:AAPL)이 단축 운영에 돌입했으니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도 괜찮을 것이다.
의미없는 연준 금리 인하
다우존스 선물이 월요일 개장 시점부터 5%에 달하는 1,000 포인트의 하락폭을 선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조차 칭찬한 연준의 결정이 월스트리트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내내 연준이 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압박을 가했다.
아시아 시장의 WTI와 브렌트유 선물은 정오 즈음 2% 이상 하락했다. 지난 금요일, 트럼프 대통령의 비축유 매입 선언으로 얻었던 수익을 모두 잃은 격이다. 셰일 업계를 한 세션도 채 지탱하지 못한 버림패나 마찬가지였다고 할 수 있겠다.
금 현물 또한 사상 초유의 금리 인하에도 2%에 미치지 못하는 상승폭을 보였을 뿐이다. 안전 피난처라기에는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물론 금의 안전 자산으로서의 입지는 지난주, 2011년 이래 최대 주간 하락폭인 9%를 기록한 뒤부터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경기 침체
OANDA의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 제프리 할리(Jeffrey Halley)는 “이제는 세계 경기 침체를 피할 길이 없는 듯하다,”라고 말한다.
“봉쇄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3개월 안으로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며 회복세에 돌입하는 것이 최선의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낙관적인 가능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상황을 부정하는 일에 불과하다. 아마 그들 자신도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원유가 배럴당 $20에 도달할지도 모른다는 골드만삭스의 예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WTI와 브렌트유 양쪽 모두 지금 당장은 $30을 웃돌고 있지만, 3분의 1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육해공 모든 방면의 여행이 제한된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산유량을 급증시키기까지 하면서 공급 과잉 리스크가 치솟았다.
아메리칸항공(American Airlines, NASDAQ:AAL) 등의 항공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발표하고 유럽연합이 제각기 국경 통제에 나선 뒤로 해외 항공편을 최대 75% 축소했다. 에너지 자문회사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지난주, 2020년 항공 교통량이 16% 이상 감소해 일일 780,000 배럴 가량의 제트 연료 수요 감소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자동차협회(American Automobile Association)에 의하면 지난 토요일 가솔린 가격은 2017년 이래 최저 수준인 갤런당 평균 $2.26을 기록했다고 한다.연료 가격이 하락하면 경제는 그만큼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하락세는 팬데믹으로 인해 운전자의 수가 감소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현재 미국 내 확진자는 3,700명을 돌파했으며 70명 이상이 사망했다.
기쁘지 않은 셰일 업계
그렇다면 미국 전략비축유(Strategic Petroleum Reserve, SPR) 매입에 나서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어떨까? 셰일 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포브스의 에너지 관련 기고자 스콧 카펜터(Scott Carpenter)는 SPR 매입 계획이 유가 상승보다는 “셰일 섹터의 끝을 모르는 부채 선호에 대한 비유”로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PR의 총량이 7억 1,350만 배럴이기 때문이다. 지난주를 기준으로 루이지애나 지하 소금 동굴에 저장된 SPR은 6억 5,000만 배럴이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매입할 수 있는 원유의 총량은 6,350만 배럴에 불과하다. 3월 16일부터 연말까지 290일간 꾸준히 원유를 매입한다 해도 일일 219,000 배럴이 한계다.
카펜터는 이 매입량을 “OPEC+가 최근 결렬된 회의에서 추진하던 감산량의 반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 일일 400만 배럴의 글로벌 공급 과잉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다,“고 말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적극적인 증산에 나설 예정이며, 러시아 역시 그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상당한 곤경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Aramco, SE:2222)는 금년 지출 계획 삭감에 나섰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의하면 이는 수요 급락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작한 유가 전쟁이 자국에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아람코는 2020년 자본 지출은 25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 사이일 것이며, 그 이후의 계획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IPO 투자 설명서에서 제시했던 350억에서 400억 달러에서 하향된 액수다. 2019년 지출은 328억 달러였다.
어느 쪽이든 금 매도는 피할 수 없다
금의 반등은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이루어질 것이다. 투자자들이 주식 등 다른 분야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꾸기 위해 바로 금을 처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OANDA의 할리는 증시가 지금보다 더 하락한다면 금 매수 포지션의 청산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금이 온스당 $1,600까지 상승하거나 지난주 기록했던 고점 $1,700에 도달한다면 이번에는 두 배의 속도로 팔리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할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다면 그만큼의 보상이 있겠지만, 충분한 자금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난주에만 $175 하락했던 금이 더욱 하락할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으며, 기술적 수준도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1,460에서 $1,480의 가격대가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다. 매수 포지션을 취한 뒤 계속 붙잡고 있을 생각이라면 이 시점에 돌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번역: 임예지/Investing.c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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