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0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말레이시아의 새 여당이 내각을 구성했다. 2개월 뒤에는 불신임 투표를 치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히딘 야신(Muhyiddin Yassin) 말레이시아 총리에게는 그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큰 문제가 있다: 인구 3,200만 명의 말레이시아에 심각한 재정적 타격을 입히게 될 연간 45%의 유가 급락이다.
국영 석유 회사인 페트로나스(Petronas)가 위치한 쿠알라룸푸르의 88층 쌍둥이 빌딩에서 미국 최대의 셰일 업체 콘티넨탈 리소스(Continental Resources, NYSE:CLR)가 위치한 오클라호마 시티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의 원유 업계 경영진들은 모두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혼란은 대체 언제쯤 끝을 맺을까?
유가는 월요일, 30년 만의 최대폭인 25% 급락했다. OPEC+의 양대산맥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사이의 생산 및 가격 전쟁으로 벌어진 이번 사태는 원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 전반에 익숙한 공포를 불러 일으켰다. 만성적인 긴축 재정과 예산 초과, 뒤집힌 금융이다.
새로운 불확정 요소: 코로나19
이러한 불안감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던 것들이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이라는 불확정 요소가 더해지면서 상황 자체는 더욱 심각해졌다.
뉴욕 에너지 헤지펀드 어게인 캐피털(Again Capital)의 공동 창립자 존 킬더프(John Kilduff)는 현재 상황을 "OPEC의 분열과 시장 점유율을 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충돌, 코로나19로 인한 이탈리아와 그 외 각지의 도시 봉쇄까지 더해진, 원유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사태다,"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상황은 옛말대로 나아지기 전 우선 악화될 듯하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더 나빠질 수 있을까? 에너지 트레이딩에 있어 월스트리트의 선두를 달리는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유가가 배럴당 $2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그 수준까지 하락했던 것은 18년 전의 일이다. 미국 원유는 월요일, 골드만삭스의 발언을 뒤이어 $27.34라는 저점을 기록했다. 브렌트유의 저점은 $31.02로, 양쪽 모두 4년 저점 수준에 불과해 앞으로도 수요 붕괴가 이어질 가능성은 상당하다.
예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배럴당 $80, 러시아는 최소 $40 수준의 유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두 국가의 경제가 지금 수준의 유가로 과연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정치적으로 취약한 국가와 부채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몇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무너지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 하락할 때마다 연방 예산이 최대 3억 링깃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한다. 7,100만 달러 상당의 금액이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지난해부터 원유와 가스 가격 하락으로 채굴과 채석 섹터가 둔화되었다. 2019년 4분기 GDP 성장이 전년도 기록했던 4.7%에 비해 낮은 4.3%에 머무른 것도 이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전 행정부는 2020년 유가를 $62로 두고 예산을 책정했다. 2019년 말경의 브렌트유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지의 MIDF 아마나 투자은행(MIDF Amanah Investment)은 무히딘 행정부의 앞날에 대해 "새로 구성된 내각은 2020년 예산안 개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으며, 정부 지출과 투자가 삭감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말레이시아보다 심각한 상황: 나이지리아, 리비아, 이란
하지만 나이지리아와 리비아, 이란에 비하면 말레이시아의 상황은 양호한 편이다.
나이지리아 의회는 유가가 붕괴하기 전 10조 5,900억 나이라, 즉 350억 달러에 달하는 2020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침체의 영향을 떨쳐내고 국제 채권 시장에 재진입할 길을 뚫기 위해서였다. 지금으로서는 요원한 일이다.
리비아의 경우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GNA 정부의 파예즈 알-사라즈(Fayez al-Sarraj) 총리가 약 한 달 전, 칼리파 하프타(Khalifa Haftar) 장군을 따르는 세력이 원유 터미널과 유전을 봉쇄하면서 금융과 예산 관련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알-사라즈 총리는 "원유가 봉쇄되면서 14억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 액수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발언했다.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이란 대통령 휘하의 이란 정부는 올해 들어서만 4번째 위기를 맞이했다. 시위로 인한 공급 차질과 미국의 수출 제재, 코로나19 확산, 그리고 유가 붕괴다.
미국 셰일 업체 파산 증가
포브스(Forbes)는 화요일, 유가 붕괴로 인해 2020년 미국 내 에너지 기업과 관련 서비스 업체의 파산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헤인즈 앤 분(Haynes and Boone)의 유전 서비스 파산 추적 데이터에 의하면 2019년 4분기에는 총 6곳의 유전 서비스 업체가 파산했다고 한다. 2020년에 들어서 챕터11 파산을 신청한 주요 유전 서비스 업체는 파이오니어 에너지 서비스(Pioneer Energy Services, OTC: PESX)가 유일하다.
세계 최대의 원유 기업이자 미국 셰일 유전에 크게 투자한 엑슨모빌(ExxonMobil, NYSE:XOM)과 쉐브론(Chevron, NYSE:CVX)의 주가는 각각 12%와 15% 하락했다.
러시아 최고의 에너지 업체 로스네프트(Rosneft, LON:ROSNq, OTC:OJSCY)는 런던 시장에서 21% 하락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기업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 SE:2222)는 자국 거래소에서 5.5%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중소 규모 셰일 업체들, 특히 이미 상당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으며 다국적 기업들에 비해 수익이 적은 업체들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컨티넨털 리소스(Continental Resources)는 52.5% 하락했다. EOG 리소스(EOG Resources, NYSE:EOG)는 32% 하락했으며, 파슬리 에너지(Parsley Energy, NYSE:PE)는 39%, 다이아몬드백 에너지(Diamondback Energy, NASDAQ:FANG)의 하락폭은 44.7%에 달한다.
일부 업체들은 자본 지출을 줄이기 위해 즉시 효력을 발휘하는 지출 삭감을 발표했다.
다이아몬드백 에너지는 유정 완성 팀을 9개에서 6개로 줄였다. 당초 예상보다 2개 많은 수준이다.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으나 자본 지출 역시 줄일 예정이라고 한다.
파슬리 에너지는 2020년 잉여 현금 흐름 전망을 2억 달러에서 8,500만 달러까지 하향했으며 전반적인 활동 둔화를 발표했다.
EOG 리소스는 주주 배당금을 지키기 위해 지출을 삭감할 것이며, 세부 사항은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기반의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의 회장이자 CEO인 프레드 켐프(Fred Kempe)는 "일부 셰일 업체들은 회복에 성공할 것이며, 오히려 더 많은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모두 매출에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유가 전쟁이 일어나면 매번 벌어지는 현상이다. 시장 점유율은 얻을 수 있어도 장기간에 걸친 매출 손실은 피할 수 없다.”
--번역: 임예지/Investing.com Korea
인베스팅닷컴 & https://kr.investi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