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근육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불법 투약하는 '약투' 고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지 두 달 여만에 이를 불법 유통·판매한 전직 보디빌더 등 12명이 적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도매상 허가를 받아 몰래 빼돌린 전문의약품과 밀수입한 아나볼릭스테로이드를 불법 유통·판매한 전(前) 보디빌더 김모(31) 씨 등 12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4일 발표했다.
이번에 적발된 피의자들은 김 씨를 비롯해 유튜브 진행자 박모(28) 씨, 의약품도매상 대표 최모(30) 씨 등 12명이다.
이 중 일명 '아나볼릭 디자이너'로 알려진 이모(31) 씨도 포함됐다. 이 씨는 헬스장에서 보디빌딩 선수나 트레이너를 상대로 단기간 내 근육량 증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개인 맞춤형 스테로이드 주사 스케줄을 정해주는 일을 했다.
식약처는 압수·수색 당시 이들의 거주지 등에서 발견된 전문의약품과 밀수입한 스테로이드 제품 등 시가 10억원 상당의 제품 약 2만개(90여 품목)을 전량 압수했다.
이들이 판매한 아나볼릭스테로이드는 황소의 고환에서 추출·합성한 남성스테로이드(테스토스테론)의 한 형태로, 세포 내 단백 합성을 촉진하고, 근육을 성장시킨다. 다만, 불임, 성기능장애, 여성형 유방화, 탈모 등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전문의약품으로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지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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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관광여행을 빙자해 태국에서 스테로이드 제품을 밀수입했다. 5~6명이 한꺼번에 태국에서 구한 의약품을 배낭에 싣고 들어왔다. 이들은 3년간 48회에 걸쳐 스테로이드 제제를 밀수입했으며, 한달에 많게는 3번씩 태국을 오갔다.
태국에서 밀수입한 스테로이드 제품을 모바일 메신저나 SNS 등을 통해 보디빌딩 선수, 헬스장 트레이너, 일반회원 등을 상대로 약 3년간 수십억원 상당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나 현금 등으로만 거래하고 택배 장소를 옮겨가며 배송하는 등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했다. 이 때문에 단속에 어려움이 많았다.
스테로이드제제 밀수입은 의약품 무허가 수입·판매에 해당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식약처 "아나볼릭스테로이드 제제는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러한 제품을 사용해 손쉽게 근육을 만들겠다는 유혹에 현혹되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불법 유통되는 스테로이드에 대한 단속·수사뿐만 아니라 온라인 모니터링도 강화해 나겠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불법 의약품 판매를 알선하거나 광고하는 행위에 대한 벌칙을 약사법에 신설해 올해 12월12일부터는 누구든지 불법 의약품의 판매를 알선하거나 광고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식약처는 헬스장 및 체육관 등에 스테로이드 부작용 경고 포스터 등을 배포해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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