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사진)은 22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와 만나 “(사장직을) 그만두게 됐다”며 “다음달 주주총회 때까지 근무한다”고 말했다. 그가 사의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사장이 산업은행에 사의를 전달했다는 보도는 1주일 전부터 잇따랐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발표한 지 꼭 2주 만이었다. 하지만 정 사장은 시종일관 ‘노코멘트’였다. 대우조선과 산업은행도 확인요청을 거부했다. 각종 ‘설(說)’이 난무했다. “매각 과정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얘기부터 “주변의 만류로 매각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기로 마음을 바꾼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까지 다양하게 흘러나왔다.
대우조선을 떠나는 이유를 묻자 “다음에 말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현대중공업에 회사를 매각하는 계획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엔 “몰랐다”고 짧게 답했다. 그동안 업계에선 그가 사의를 밝힌 배경을 두고 말이 많았다. 정 사장이 산업은행에 강력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부터 대우조선 인수 방안을 논의했다. 정 사장과 대우조선 고위 임원들은 이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몰랐다”는 정 사장의 답변은 이런 의혹에 힘을 싣는 것이다. 매각 과정에 파장을 일으킬 소지도 있다. 현재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노조, 조선소가 있는 경남 거제 지역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밀실야합으로 매각을 추진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매각을 반대하는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총파업을 포함한 실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대우조선 노조는 오는 27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모든 직원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다음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답을 피했다. 그는 경영 정상화를 통해 산업은행 아래에 있는 대우조선의 새 주인을 찾아주는 게 자신의 목표라고 줄곧 밝혀왔다. 지난해 6월 기자간담회에선 “세계 조선 시황, 중국과의 경쟁, 대한민국의 산업 진로 등을 봤을 때 ‘빅2 체제’가 국가 산업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2015년 대우조선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이후 자구계획안에 따라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흑자전환을 이뤄내면서 성공적으로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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