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올해의 으뜸중기’ 시상식장에 설치된 수상 기업을 소 개하는 ‘LED 윈도 디스플레이’.
전설리 중소기업부 기자
올해 초 중소기업부로 옮겨오기 전 기업은 주로 삼성 LG 현대 SK GS 등 대기업만 취재했다. 중소기업 취재는 처음이어서인지 문화충격(?)도 있었다. 처음 ‘으뜸중소기업’ 취재하러 가던 날 동료가 말했다. “매출은 중요하지 않아. 너무 적어서 말하기 곤란하다고 할 수도 있어.” 매출을 빼고 기사를 쓰라니. 재무실적을 기업의 오늘과 내일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런 고정관념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졌다.
거의 매달 으뜸중기 한 곳을 취재했다. 어느 남루한 공단의 한구석에, 정부가 지원하는 창업지원센터의 한쪽에, 박람회 현장에 그들이 있었다. 공단에 사무실을 꾸린 한 기업엔 대표인 아버지와 임원인 어머니, 그리고 경리를 맡고 있는 한참 어린 딸이 있었다. 너무 당황스러워 물었다. “직원이 몇 명이죠.” “셋이요.” 앞치마를 두른 진짜 어머니 같은 임원이 타준 믹스커피를 마시며 인터뷰했다. 아이디어 제품을 여럿 내놓은 업체였다. 대표는 “세상에 없는 제품을 개발해 사회에 기여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펫 박람회 현장에서 만나기도 했다. 제품에 대한 고객 반응도 살필 수 있는 기회라 여겨 찾아갔다. 전시 부스에선 대표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직원이 교통사고가 나서요.” 인터뷰 중간에 손님이 왔다. “괜찮으니 얼른 파시라”고 했다. 그렇게 중간중간 손님을 맞으며 인터뷰했다.
중소기업의 공통점이 있다. “부족해서 힘들다”는 것이다. 돈이 없고, 인재가 안 온다. 대표가 연구개발(R&D) 전략 기획 영업 재무 홍보 마케팅 판매를 도맡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같은 일을 하는 데 몇 배의 노력이 든다. 그렇게 제품을 내놓아도 인정받기가 어렵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다. 으뜸중기로 선정된 오토싱의 김정택 대표는 “홈쇼핑에서 판매할 때도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판매가격이 낮게 책정되는 일이 많다”며 “중소기업 제품을 높은 가격에 사려는 소비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으뜸중기는 이런 기업을 돕기 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힘든 여건에서도 혁신적인 기술력과 상품성을 갖춘 제품을 내놓은 기업을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지난 17일 올 한 해 으뜸중기 사업을 마무리하는 행사가 있었다. 매달 3~5개씩 선정한 ‘이달의 으뜸중기 제품’ 가운데 ‘올해의 으뜸중기 제품’을 선정하는 자리였다. 김문겸 으뜸중기 심사위원장(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은 “중요한 것은 올해의 으뜸중기가 아니라 여기 모인 기업의 가능성”이라고 했다. “기술, 수출, 매출의 성장을 이뤄낸 기업에 주는 상은 많습니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사실 으뜸중기 제품이 ‘시장을 압도하는 상품력’이나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춥지만 약간 북돋아주면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진정한 으뜸이 될 기업에 박수쳐주는 것, 그것이 으뜸중기입니다. 말하자면 ‘시상 주도 성장’인 거죠.”
정재필 으뜸중기 심사위원(한국MD협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으뜸중기 대표들에게 사자와 호랑이 그림을 나란히 보여준 뒤 물었다.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답은 “배고픈 놈”이라고 했다. 중소기업의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배고프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배고픔을 동력으로 올 한 해를 버텼을 것이다. 그런 중소기업 챔피언들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상영관에서가 아니라, 으뜸중기 시상식에서 색다른 위안과 격려를 얻었다. 천경호 아베크 대표는 “이런 격려로 힘들었던 한 해의 위로를 받는 것 같아 기운이 난다”고 했다. 정승원 작은평화 대표는 “연말에 큰 선물을 받았다. 내년 대박 꿈을 다시 그려본다”고 말했다.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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