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4월09일 (로이터) - 지난 2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수석 경제자문인 류허가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에 지연된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그러나 그가 미국에 도착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철강 과잉 생산 때문에 미국 철강 업체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글로벌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류허가 스티븐 므누친 재무장관과 당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었던 게리 콘과 만나기 하루 전에 나온 발표였다.
트럼프 행정부 내 비관적인 관계자들은 이 회담이 방향성 없이 흘러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회담 몇 시간 전 로이터에 "중국이 어떤 제안을 하더라도 불충분할 것이라고 사람들은 예상한다"고 말했다.
류허에게 무안 주기 위한 목적으로 그 같은 타이밍에 관세 부과발표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해 대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는 양국 간 무역 분쟁의 포문을 열었다. (관련기사 무역 분쟁이 무역 전쟁이 발생하기 직전으로 고조된 이면에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무역 대표부 대표가 있다.
중국에 대한 징벌적 철강 관세를 반대하는 콘이 NEC 위원장을 사임한 후 나바로 국장이 무역 정책에 있어서 중심 인물이 됐다. 중국의 무역 관행이 불공정했다는 나바로 국장의 시각에 콘이 공감하긴 했지만 콘은 유럽과 일본의 도움을 받아 중국에 압력을 넣자고 주장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그러나 콘은 이런 주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이제 대중국 무역과 관련해 나바로 국장이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친밀한 한 인사는 "트럼프가 나바로와 라이트하이저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 트럼프를 좀 더 이성적인 입장으로 돌려 놓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여지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무역 관행을 오랫동안 비판해왔고 2016년 대통령 선거 운동 당시에도 이러한 비판은 그의 주요 테마였다. 행정부 내에서 콘 등 온건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사라진 지금, 백악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공약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더욱 굳어졌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다져진 그의 협상 스타일은 극단적인 입장을 취해 상대방으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그의 접근법은 국내외적으로 상반된 결과를 냈다.
◆ "믿고만 있을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해 중국과의 협상에 열려있다는 점을 신호하고 있긴 하지만, 실질적인 결과를 낼 만한 대화를 할만한 분위기가 아니다. (관련기사
지난 5일(현지시간) 행정부의 관계자는 로이터에 "우리는 믿고만 있을 수 없다"며 "협상 상황에 들어가 중국이 약속을 한다면, 우리는 그 약속이 실행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익명을 요청한 이 관계자는 "더 이상 우리는 '걱정 마라.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겠다'라는 말을 괜찮은 결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무역 관계자들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연간 대미 수출이 5000억달러에 이르는 반면 미국의 대중 수출은 1300억달러에 불과하는 등 미국이 중국 제품의 주요 수입국인만큼 현상에서 우위를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 원문기사 (최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