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지난해 2조4000억원을 웃도는 순이익을 올렸다. 2005년 금융지주 체제 전환 이후 최대 실적이다. 하나금융 내부에선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라는 우려도 나왔다. 전체 순이익의 90% 가까이를 하나은행 한 곳에서 냈기 때문이다. ‘은행 쏠림’ 현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하나銀이 이끈 최대 실적
하나금융은 지난해 4분기 367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4일 발표했다. 연간으로는 순이익 2조408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7.8% 증가한 수준이다.
하나은행이 전체 금융그룹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2조1565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 전체 순이익의 89.5%를 차지했다. 양대 축인 이자 이익(5조4140억원)과 수수료 이익(8864억원)이 모두 전년보다 늘었다. 중소기업대출도 전년 대비 10.3%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비은행 계열사는 명암이 갈렸다. 하나금융투자는 전년 대비 84.3% 증가한 280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인수 주선 및 자문 수수료가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55% 늘었다. 하나생명은 2018년보다 21.3% 증가한 23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대비 감소폭이 가장 큰 곳은 하나카드였다. 하나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47.2% 감소한 563억원에 그쳤다. 가맹점 수수료가 낮아진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하나캐피탈(1078억원), 하나저축은행(161억원)의 순이익도 모두 1년 전에 비해 감소했다.
하나금융의 전체 실적은 개선됐지만 수익성 지표는 전반적으로 주춤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8년 말 8.87%에서 지난해 말 8.78%로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말 순이자마진은 1.68%로 2018년 말(1.85%)보다 0.17%포인트 줄었다.
○증권 키우고 손보사 인수
이번 성적표엔 하나금융의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하나은행을 제외하고는 ‘잘 키워놓은’ 계열사가 없다는 점이다. 신한금융이나 KB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는 은행 외에도 카드, 저축은행 등이 순이익을 뒷받침하면서 그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하나금융과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하나금융은 은행 의존도를 낮추면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방안을 골몰하고 있다. 은행을 뒷받침할 확실한 ‘캐시카우’가 될 수 있는 계열사를 키우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하나금융엔 12개 계열사가 있다. 이 중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계열사로는 하나금융투자가 꼽힌다. 하나금융은 하나금융투자를 초대형 IB로 도약시킨다는 목표다. 하나금융은 이날 이사회에서 하나금융투자에 5000억원을 유상증자하기로 결의했다. 2018년 두 차례 유상증자한 것을 합치면 3년 새 1조7000억원을 하나금융투자에 투입하는 것이다.
하나금융이 지난달 교직원공제회의 자회사인 더케이손해보험 지분 70%를 인수하기로 한 것도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더케이손보의 강점인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디지털 종합손보사를 키워보겠다는 의지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똑 부러진 계열사가 없는 게 가장 큰 리스크”라며 “4~5년 안에 해당 업권에서 1~2위를 다툴 정도의 경쟁력 있는 계열사가 하나 이상 나와야 지속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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