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10월05일 (로이터) - 재정적자 확대를 감수하는 예산안을 내놓은 이탈리아 연립정부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예산안 거부 우려를 4일(현지시간) 묵살했다.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지난 2일 이탈리아 국채시장에 매도세가 발생한 후 연정은 향후 3년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4%로 유지하겠다는 예산안을 수정했다. 수정안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2020년 재정적자는 GDP 대비 2.1%, 2021년 재정적자는 1.8%다.
그러나 내년 재정적자 목표는 GDP 대비 2.4%로 종전과 동일한 상태다. 게다가 이날 이탈리아 정부 당국자들은 더이상 재정적자 목표를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GDP 대비 2.4%는 전임정부가 설정한 내년 재정적자 목표인 GDP 대비 0.8%의 3배 수준이다.
이날 마시모 가라바글리아 경제부 차관은 향후 예산안을 두고 "(EU 집행위원회가) 예산안을 통과시키는지 여부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시장 내 발생하는 상황에 더 크게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6%라고 밝혔다. 로이터 설문에 응한 애널리스트 51명이 내놓은 추정치의 중간값 1.2%보다 훨씬 높다.
가라바글리아 차관의 발언 이후, 지오반니 트리아 경제장관은 EU 집행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정정했다. 서한에 따르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5%, 2020년 전망치는 1.6%, 2021년 전망치는 1.4%다.
이어 트리아 장관은 EU 집행위원회에게 예산안 관련 "개방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자고 요청했다.
예산안을 둘러싼 우려 탓에, 이탈리아 10년물 국채와 독일 10년물 국채의 수익률간 스프레드는 지난 2일 300bp(1bp=0.01%p)까지 벌어졌다. 지난 5월 이후 최대치다. 다만 이날 스프레드는 278bp로 줄었다.
연정 구성 정당인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RAI 국영 라디오에서 성장률 증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자지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프레드가 400bp까지 벌어지더라도 연정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살비니 대표는 "이번 예산안은 미래를 향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연정이 완고한 입장을 드러내기 전, 현지매체 라 레푸블리카는 EU 집행위원회가 이미 이탈리아 당국자들에게 내년 예산안을 거부하겠다는 내용의 비공식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에 근접한 소식통들은 해당 보도가 '근거없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예산 전망과 관련된 공식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한편 연정 구성 정당인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는 현지매체 일 파토 쿼티디아노가 보도한 내용을 부인했다. 이 매체는 이탈리아 연정이 오는 12월이나 내년 1월 개각을 모색하고 있으며, 주된 목적은 트리아 장관을 다른 인물로 교체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디 마이오 대표는 이탈리아의 예산안을 둘러싼 EU 집행위원회와 회원국들의 우려에 동요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디 마이오 대표는 라디오 라디칼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민들의 예산을 집으로 가져왔고, 전보다 더 확고하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우리는 긍정적인 결론을 얻기 위해 EU 집행위원회와 심도있고 건전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