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억~2억원 적자가 나는데도 58년째 운영되는 은행 점포가 있다. 지난 1일 서울에서 KTX와 배를 타고 6시간40분여 걸려 도착한 경북 울릉도에 있는 농협은행 점포 얘기다. 도시에선 흔한 시중은행 점포가 울릉도엔 한 곳도 없었다. 1금융권은 농협은행이 유일했고, 2금융 중에서도 새마을금고만 문을 열고 있었다.
서창우 농협은행 울릉군지부장은 “손익만 따지면 울릉도는 점포를 운영할 수 없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 울릉군지부는 2014년 일회성 요인으로 8000억원 순이익을 낸 것 외엔 1961년 설립 이래 매년 적자를 냈다. 2015년 1억3900억원 손실, 2016년 1억6000억원 손실에 이어 지난해 손실은 2억800만원까지 불어났다.
울릉도의 영업여건은 ‘금융 불모지’라고 할 만큼 녹록지 않았다. 인구 감소로 예금은 물론 대출도 줄고 있었다. 특산물인 오징어의 씨가 마른 영향 등으로 1974년 2만9810명이던 인구는 지난해 9975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럼에도 농협은행이 울릉군지부를 운영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 때문이라고 했다. 서 지부장은 “은행이 없으면 지역경제가 원활히 작동하기 어렵다”며 “금융 사각지대의 어려움을 최소화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이 시중은행이 없는 금융 사각지대에서 운영 중인 점포는 울릉도를 포함 총 21곳에 달한다. 강원(고성 양구 화천 횡성 평창) 5곳, 충북(보은 영동 괴산 단양) 4곳, 충남 청양, 전북 장수, 전남(곡성 구례 신안 진도) 4곳, 경북(영덕 봉화 청송 군위 영양 울릉) 6곳 등이다. 고성과 신안을 제외한 19곳엔 지방은행도 없다. 농협은행 서울 본점 직원들이 지난 1일 경북 울릉군 서면 울릉서중학교를 방문해 금융교육을 하고 있다. /농협은행 제공
농협은행 서울 본점 직원들은 이날 전교생이 각 11명, 16명인 울릉서중과 울릉북중을 방문해 ‘농심을 담은 작은학교’라는 금융교육도 했다. 학생들은 금융 이론을 배운 뒤 은행원 체험을 했다. 행사를 기획한 이성섭 농협은행 개인고객부장은 “금융 사각지대일수록 금융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들은 금융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제까지 특정 은행이 도맡을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은행을 이익 규모만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며 “은행권 전체가 금융 사각지대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릉=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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