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각자대표인 김성현 사장(왼쪽 첫 번째)과 박정림 사장(두번째)이 3일 한 개인 고객의 발행어음 상품 가입을 안내하고 있다. /KB증권 제공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에 이어 세 번째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KB증권이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했다. 금리 경쟁을 자제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연 5% 금리를 주는 특판상품을 내놓는 등 공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국내외 경기 하강 우려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확정 금리상품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연 5% 금리상품 또 등장
KB증권은 3일 120개 전국 영업지점과 홈페이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KB able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했다. KB증권 각자대표인 박정림, 김성현 사장은 이날 오전 KB증권 서울 여의도 본사 영업부에서 첫 번째 개인고객을 안내한 뒤 차례로 발행어음 상품에 가입했다.
발행어음 금리는 경쟁사인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과 비슷한 수준으로 제시했다. 정기예금과 똑같은 형태인 약정식 발행어음의 경우 1년 만기 기준 원화상품은 연 2.3%, 외화상품은 연 3.0% 금리를 제공한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수시입출금 발행어음 금리는 원화가 연 1.8%, 외화가 연 2.0%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1년 만기 약정식 원화 발행어음 금리는 각각 연 2.35%, 연 2.30%다. 같은 만기의 은행 예금 평균금리(연 1.87%)보다 0.4%포인트 이상 높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연 2.40%)와 비슷한 수준이다.
KB증권은 발행어음 출시와 함께 적립식 상품 특판에도 나섰다. 다음달 말까지 1년 만기 적립식 발행어음 가입 소비자 중 선착순 1만 명을 대상으로는 연 5.0%의 금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금액 한도는 월 50만원이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신규 가입자 중 선착순 5만 명 안에 드는 고객도 3개월간 수시입출금식 발행어음 투자를 통해 연 5.0%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연 5% 금리를 주는 발행어음 특판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한 번씩 꺼내든 카드다. 박 사장은 “발행어음을 신규 수익원으로 키우는 것을 넘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 KB증권의 대표 상품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증시 출렁이자 발행어음 관심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이 줄줄이 고금리 발행어음 상품을 내놓는 배경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용·소비·수출·투자 등 국내 주요 경기지표가 악화하는 가운데 올 들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다시 불붙으면서 비관적인 경기 전망이 금융시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200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증시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566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시장으로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지난달 38조7946억원어치 한국 채권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월별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인 10조5784억원어치를 사들인 외국인이 매수세를 이끌었다. 경기 침체 우려가 한층 커진 상황에 지난달 3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나오자 금리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채권을 쓸어 담고 있다.
수요 증가에 따른 채권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 추세가 장기간 이어지자 안전자산 중에서도 조금이라도 수익률이 높은 투자 상품 인기가 치솟고 있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기관투자가들은 0.01%포인트라도 금리가 더 높은 상품에 부동 자금을 공격적으로 쏟아붓고 있다”며 “초대형 IB들의 발행어음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열한 발행어음 판매 경쟁 예고
KB증권 합류로 발행어음 시장 규모는 올해 1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KB증권은 올해 2조원어치 어음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단 5500억원어치를 발행한 뒤 판매 현황과 시장 수요를 파악해 추가 발행에 나설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가 초대형 IB로 올라서기 위해 올 8월 66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앞두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발행어음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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