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비행기, 미사일 등을 생산하는 군수산업에서도 국산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 등 해외에서 주요 부품과 소재를 들여올 경우 비상시 국가 안보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명분을 내걸면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애리조나주 루크 공군기지에서 보잉, 록히드마틴, 노드럽그루먼, 제너럴다이내믹스 등 미 군수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났다. 곡사포를 납품하는 BAE시스템스와 하니웰도 초청받았다. 이들은 비행기 미사일 등 각종 무기를 제작할 때 미국 내에서 생산된 부품과 소재를 더 많이 쓰는 방안(군수산업 공급망 개선)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모임은 이달에만 두 번째다. 보잉 등 4개사는 지난 5일 미 국방부가 방위산업기반보고서를 발표했을 때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90분간 같은 문제를 논의했다. 미 국방부는 보고서에서 미 군수회사들이 무기 생산 과정에서 중요 부품과 소재를 해외, 특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수백여 가지 사례를 들어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고 분석했다. 첨단방위 장비 제조에 쓰이는 희토류 금속 등을 중국이 지배하고 있고, 탄약과 미사일에 사용되는 특수화학제품 분야에서도 중국이 유일한 공급자인 사례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방위산업업체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한국 항공우주업계의 ‘큰손’이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항공우주산업계의 대미(對美) 수출 규모는 8억9100만달러로, 전체(20억8700만달러)의 43%에 달했다. 협회 관계자는 “국산화 비율을 높인다는 미국 정부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다만 대미 수출의 90%는 민수 분야이고, 군수 부문은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장에 타격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군수산업의 국산화 비중을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최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어 진입 장벽이 높다”며 “국산화를 추진하더라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데다 미국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높아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박상용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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