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이 흥행 참패 수순을 밟고 있다.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는 예비인가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고배를 마셨다.(사진=연합뉴스)
네이버가 불참을 선언했을 때, 신한금융이 컨소시엄을 이탈했을 때 이미 예견된 결과였을까.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이 흥행 참패 수순을 밟고 있다.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는 예비인가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고배를 마셨다. 금융당국이 예고한 3분기 인가전에도 기대감이 실리지 않는 모습이다.
◆"키움뱅크 혁신성, 토스뱅크 자금조달 능력 미흡"
26일 금융위가 발표한 예비인가 심사 결과는 시장을 일순 충격에 빠트렸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내민 키움뱅크 컨소시엄과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예비인가 심사에서 모두 탈락했기 때문이다. 이는 두 곳 모두나, 최소한 둘 중 한 곳에는 인가를 줄 것이란 금융업계의 예상을 뒤엎은 결정이다.
7개 분야별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는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모두 은행업 인가가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금융위에 제출했고, 금융감독원도 평가위의 평가의견을 감안해 예비인가를 불허한다는 내용의 심사결과를 금융위원회에 전했다.
금융당국은 올 3분기에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신청을 다시 받고 4분기 중 사업자를 결정하기로 했다. 종전과 같이 최대 2곳에 은행업 예비인가를 주기로 했다.
키움뱅크는 혁신성 측면에서, 토스뱅크는 자금조달 능력 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결과에 금융위도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평가 결과를 오전에 들었다"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상당히 당혹스러웠다"고 입을 뗐다.
최종구 위원장은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여전히 의지가 있다면 다음번에 문제점을 보완해서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신청자가 있다면 그들에 대해서도 준비할 시간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뱅크, 토스뱅크 측은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올 3분기 예비인가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제3 인터넷은행 흥행 참패…"예고된 결과"
제3 인터넷은행 인가전에 대한 시장은 반응은 냉랭하다. 일각에서는 예고된 결과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터넷은행의 '메기 효과'가 사실상 흐려진 상황에서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내놓는 사업 모델이 1기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와 다를 바 없다는 평가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2017년 출범 후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디지털 금융 시대를 열었다는 호평은 이어졌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대출 분야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금융, 비대면 전략을 강화하면서 인터넷은행이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이나 서비스 혁신도 한계치에 다다랐다. 중금리대출 등 서민금융도 기존 인터넷은행과 차별성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혁신성이 떨어지는 키움뱅크, 자본확충 능력이 부족한 토스뱅크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그대로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정부 규제로 케뱅·카뱅 '흔들'…네이버·인터파크 불참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제3 인터넷은행의 흥행 참패를 불렀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기존 인터넷은행들이 각종 규제로 경영에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출사표를 던질 수 있는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몇이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인터넷은행 1호인 케이뱅크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목이 잡히며 최근 59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무산됐다. 6개 대출상품 중 3개 상품의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네이버와 인터파크 등 유력 ICT기업은 일찍이 인가전 불참을 선언했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몸을 담았던 신한금융도 사업모델 이견을 이유로 컨소시엄을 이탈했다. 인터넷은행업의 '먹거리'가 충분하다면 내리지 않았을 결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은행들이 정부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제3 인터넷은행 등장에 기대감이 없지 않느냐. 사실상 금융위가 인터넷은행의 위기를 초래한 셈이다"고 말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도 "제3인터넷전문은행 심사는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네이버, 인터파크 등 유력 정보통신기술(ICT)기업들의 불참으로 사실상 흥행 실패"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인터넷은행들도 정상적 운영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 과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을 담은 불완전 입법이 주된 원인"이라며 전날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운영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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