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의 수혜주로 꼽혔던 은행주가 금리 인상에도 맥을 못 추고 있다. 경기 둔화와 정부의 금융 및 대출 규제 기조가 맞물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 간판주인 신한지주와 KB금융 주가는 10일 각각 1년10개월, 2년2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KB금융은 이날 1850원(3.93%) 내린 4만5200원에 마감했다. 2017년 1월24일 이후 최저가다. 이날 신한지주도 3.3% 하락한 3만9950원에 마감했다. 종가로 2016년 10월7일 이후 가장 낮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은행주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KB금융은 6.8%, 신한지주는 5.2%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와 기업은행도 각각 6.1%, 4.3% 떨어졌다. 외국인과 기관이 이 기간 은행주를 팔아치웠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주에 호재가 아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통 경기가 좋을 때 금리를 올리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부진해 금리를 올려도 시중금리 상승폭이 제한돼 내년 순이자마진(NIM)이 올해만큼 개선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규제 등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과 가산금리 인하 압박으로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9·13 부동산 대책’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 등으로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 대출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KTB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KB증권 등은 은행업종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나금투는 “은행권 순이익이 내년 상반기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달 ‘중립’으로 낮췄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달 들어 KB금융(7만8000원→7만5000원) 신한지주(6만2000원→6만원) 하나금융지주(6만4000원→6만2000원) 등 은행주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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