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회의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정부와 산업은행이 주도한 ‘항공 빅딜’로 자산규모 40조원의 세계 7위 단일 국적항공사가 출범하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사 위기에 몰린 항공업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성공을 점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산은을 ‘백기사’로 두면서 ‘3자연합’의 위협에선 벗어났지만 통합 항공사의 정상화를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3개사, 잇단 유상증자 단행산은이 16일 공개한 통합 추진계획의 핵심은 대한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가로 조 회장은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을 산은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한진칼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세 곳 모두 순차적인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본 보강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한진칼은 8000억원을 곧바로 대한항공에 대여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한다. 아시아나항공도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대한항공에 1조5000억원의 신주와 3000억원의 영구채를 함께 발행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1조8000억원의 유동성을 투입한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63.9%가 돼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인수를 내년 상반기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중복노선 조정과 통폐합 과정 등을 거쳐 2022년 초대형 통합법인으로 출범한다는 방침이다. 두 회사는 중복노선을 조정하고, 마일리지도 통합하겠다는 계획이다.
○안정적 지분 확보한 조원태현재 한진칼의 1대 주주는 46.7%의 지분을 보유한 KCGI 등 3자연합이다. 조 회장 일가는 41.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3일 한진칼 종가(7만7800원) 기준으로 산은에 3자배정 유상증자를 한다고 가정시 산은은 9.7%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3자연합과 조 회장 일가 지분은 각각 42.2%와 37.3%로 낮아진다. 산은과 조 회장 일가 지분을 합치면 과반에 육박하는 47.0%를 확보할 수 있다. KCGI가 ‘표 대결’을 통해 이를 뒤집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지분율이 하락해 지주사 요건인 20%를 채우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우호지분을 맡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다만 산은은 “향후 한진칼의 경영권 변동이 발생되더라도 통합작업은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문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국제선 여객수요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통합 항공사의 생존 역시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5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공시했다. 두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냈지만 화물영업 특수에 힘입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 9월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지원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산은도 내년까지는 대한항공의 운영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1조원 안팎의 기안기금을 추가 지원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산은 간섭 우려국책은행인 산은이 이번 합병을 주도하면서 국유화 논란도 커지고 있다. 산은은 대한항공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수직으로 지배하는 구조를 선택한 것도 향후 구조조정과 노선 통합을 시도하기에 용이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산은이 보유하게 되는 한진칼 지분(9.7%)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산은도 이날 공개적으로 통합 항공사 경영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부행장은 “통합 항공사에 대한 경영성과를 매년 평가해 평가등급이 저조할 경우 해임 등 경영조치 등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에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는 없을 것이라는 게 산은의 설명이다. 산업계에선 정부 및 정치권 논리가 대형항공사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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