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지 않고 공부하라"는 것이 주식 투자로 성공한 사람들의 한결같은 얘기입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국내외 뉴스에 각종 자료까지 챙기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신민경의 롤링페이퍼는 논문과 보고서, 세미나 등 다양한 자료를 다룹니다. 핵심을 짚되, 많은 투자자 분들이 돌려볼 만큼 알기 쉽게 풀겠습니다. [편집자주]
남양유업은 지난달에만 공시 의무를 두 번 위반해 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를 받았습니다. 첫 번째 위반 유형은 공시번복입니다. 올 5월27일 체결된 한앤컴퍼니와의 지분 매각 계약을 3개월여 만인 지난달 1일 번복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위반 사실이 확인된 유형은 지연공시입니다. 지난 8월26일 발생한 최대주주 보유주식 매매계약 주식양도 소송 사실을 며칠 뒤인 9월2일 공시한 게 문제가 됐습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매각 철회와 소송 등 악재성 소식들에 더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예고되면서 남양유업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습니다. 지난달 1~3일 사흘 동안만 13%가량 빠졌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약 60억원을 순매도한 영향입니다.
최근 남양유업과 같은 공시의무 위반 기업들이 두려워할 법한 논문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지난 6월 한국회계학회가 발행한 간행물 회계학연구에 실린 박사 논문 '주가붕괴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입니다.
학술적인 의미에서 '주가붕괴'란 경영자들이 악재를 호재에 비해 지연해서 공시함에 따라 악재가 누적됐다가 한꺼번에 시장에 알려져 주가가 폭락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경영자들은 악재는 늦게, 호재는 즉시 공시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가붕괴를 다룬 대부분의 논문이 해당 기업에 중점을 둔 것과 달리 이 연구는 사후 투자자들의 행동 변화에 주목합니다. 주가붕괴가 투자자들의 거래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논문은 기업들의 지연공시 행위가 '제 살 깎아 먹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합니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기회주의적 공시 행태를 알아차리는 계기가 돼서, 해당 기업에 대한 믿음을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공시의무 위반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면 이 기업이 공시하는 회계정보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존도가 떨어진다는 게 논문의 결론입니다.
이 같은 답을 얻기 위해 연구자는 이익반응계수(공시된 회계정보에 대한 주가 반응 정도)를 활용했습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에서 수집한 표본 1만6333개를 실증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기업 중 11.9%가 전년도에 주가 폭락을 경험했으며 이 기업들의 이익반응계수가 다른 기업들 대비 작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여기에서 연구자는 '투자자들이 주가붕괴를 겪은 기업의 공시를 믿지 않게 되면서 추후 이익 정보가 공시되더라도 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결론을 끌어냈습니다.
한 마디로 주가붕괴가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을 수 있다는 점이 논문을 통해 입증된 것인데요. 연구자는 이번 연구가 기업들이 공시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논문의 제1저자인 김예원 박사(서울대 경영대)는 기자와 통화에서 "주가붕괴는 그 발생만으로도 기업에 큰 경제적 손실을 입히는데 이뿐 아니라 기업 공시의 신뢰도도 낮춘다"며 "공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와 반응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업도 회계정보의 양과 질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시 제도 보강의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김 박사는 "기업과 규제기관은 주가붕괴의 위험성을 다시 평가하고 주가 붕괴를 막을 수 있도록 공시 정책과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기업의 정보를 호악재에 대해 대칭적으로 적시에 시장에 알리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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