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2월19일 (로이터) -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 설문에서 투자자들의 경제전망이 약 10년 만에 가장 비관적인 것으로 18일(현지시간) 나타났다.
BAML의 12월 설문에 따르면, 투자자들 중 향후 12개월간 글로벌 경제성장세가 약해질 것으로 전망한 이들의 비중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이들의 비중보다 53%포인트 많았다. 설문은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됐으며, 설문에 응한 투자자들의 자산운용규모는 6940억달러에 달한다.
아울러 설문 결과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쏠려있는' 거래종목은 FAANG주에서 미국 달러화로 변경됐다. 지난 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뉴욕증시에서 애플을 비롯한 기술 종목들은 최근 매도세의 집중 타깃이 됐다. 매도세가 진행되는 동안 S&P500지수는 약 13%, 나스닥지수는 약 15% 내렸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나스닥은 분기 기준으로 10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게 된다.
시장 분위기가 어두워지면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국채 보유량을 늘리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BAML의 설문에 따르면, 1개월 동안 투자자들이 국채로 전환한 규모는 지난 2001년 설문이 시작된 이래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국채에 대한 자산 할당은 35% 비중축소(underweight)를 나타냈다. 국채로의 자산배분이 23%포인트 늘어난 셈으로 지난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시기 이후 최대 기록이다.
BAML의 마이클 하트넷 수석 투자 전략가는 고객들에게 "투자자들은 극도의 하락 심리에 근접했다"라며 "시장의 이목이 연방준비제도(연준)에 집중되고 있으며, 연준의 비둘기적 메시지는 시장 하락세의 반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투자자들은 이머징마켓 주식을 가장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미국과 유로존의 주식에 대한 자산 할당은 8%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 여파로 유로존 주식은 2년 만에 처음으로 비중축소로 전환됐다.
아울러 투자자들은 영국 주식에 대한 자산 할당량을 39% 비중축소로 설정했다. 이들의 비중축소 기록은 역대 두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내년 3월 브렉시트 발효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재발한 영향이다.
기업 건전성에 대한 전망도 하향됐다.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레버리지 수준이 지나치다고 평가했다. 기업 순이익에 대한 전망도 10년 만에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기업들의 순이익이 향후 12개월 안에 나빠질 것으로 전망한 투자자들의 비중은 그렇지 않은 이들의 비중보다 47%포인트 높았다.
또한 설문에 응한 투자자들 중 약 60%는 기업들의 이윤율이 내년에 약해질 것이라고 봤다. 6년 만에 가장 비관적인 전망이다.
설문에 따르면, 무역전쟁은 7개월 연속 가장 큰 꼬리 위험으로 꼽혔다. 양적긴축, 중국의 경기둔화도 꼬리위험으로 언급됐다.
내년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투자자들의 비중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이들의 비중보다 37%포인트 많았다. 종전 설문 결과에 비해 33%포인트 줄어든 수준이다.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가 고점에 도달했던 시기는 4월로, 당시 기록은 82%였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