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락근 기자
여의도 일각에서 교수님을 가리켜 닥터둠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하는데 동의하시는지요?
▷김영익 교수
가끔 일부 언론에서 저를 그렇게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갖고 있는 데이터, 모델에 의존해서 이야기를 하거든요. 사실 제가 2006년까지는 한국 주식이 계속 오른다고만 했어요. 그 때는 한국의 최고 낙관론자로 언론이 표현하기도 했는데. 저는 시대에 따라가지고 주식 시장은 언제나 변하거든요. 제가 갖고 있는 데이터, 모델에 따라 해석하려고 노력만 하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에서 모든 건 늘 변하니까요. 그 변화에 빨리빨리 합리적으로 적응하는 게 중요하죠.
▶임락근 기자
교수님께서 여름쯤 되면 조정장이 올 것이라고 예측하셨는데, 9월에 조정장이 오긴 했어요.
▷김영익 교수
제가 1사분기 하락, 2사분기 상승, 3분기 조정, 4분기 상승 이런 전망을 해왔거든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정폭이 훨씬 더 작았죠.
▶임락근 기자
조정기간 길어지지는 않을지요?
▷김영익 교수
이 방송이 언제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또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잖습니까. 저는 여기서 또 막 오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11월 한 달 정도는 여기서 조정을 거치다가 12월, 내년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한 번 더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임락근 기자
코스피가 내년도에 전고점인 2600을 돌파할 것으로 보셨어요?
▷김영익 교수
그건 첫 번째로 우리 경기가 확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기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이 떨어지면 순환이라는 게 있거든요. 제가 여러가지 경제 지표로 판단해보니까 올해 지난 5월이 경기 저점이었을 것 같습니다. 과거 평균 경기 확장국면이 33개월 진행됐는데요. 내년에는 경기 확장 국면이다. 경기 확장 때는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원화가치가 계속 상승할 것이다 이렇게 보고 있거든요. 즉 환율이 떨어질 때죠. 이럴 때는 외국인이 주식을 사서 주가가 올랐어요. 올 3월에서 8월까지는 개인이 주식을 사서 우리 주가가 올랐는데, 환율 하락 즉 원화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외국인이 주식을 살 것으로 보고 있거든요. 그 다음 세 번째로 중요한 변화가 지금 은행에 예금하면 저축성 예금 금리가 평균 1%가 안 되죠. 근데 코스피 배당 수익률이 2%가 넘거든요. 과거에는 은행 이자가 코스피 배당 수익률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에 주식 투자 안 해도 은행에 예금해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죠. 완전히 추세가 변했는데. 그래서 우리 가계 자산 중에서 주식 비중도 늘어날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임락근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가 다른 경제위기와 어떻게 다른가요?
▷김영익 교수
코로나가 모든 산업 모든 경제주체에 같은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더 잘 된 기업들도 많습니다. S&P500이 아니라 S&P5라는 말이 있는데요. S&P500에서 다른 기업들은 주가가 거의 못 올랐습니다. FAANG 같은 다섯 개 기업만 오른 거죠. 코로나로 굉장히 어려운 사람은 어렵지만 일부는 잘 되고, 산업 내에서도 차별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과대평가돼있다고 본 건 유동성 때문이에요. 미국이 지난 3월에서 6월 사이에 연준 자산이 3조달러 늘어났거든요. 3조 달러 규모로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7년 동안 3차례 늘렸던 통화량이 3조달러였어요. 그만큼 돈을 많이 풀어버렸고요. 우리나라도 지난 6~8월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증가하고 있거든요. 유동성이 워낙 증가했기 때문에 이게 주가상승에 본질적인 힘이 됐습니다.
▶임락근 기자
유동성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가계부채도 굉장히 심각한 수준인 것 같아요?
▷김영익 교수
2023년에는 또 부채 문제가 한번 터질 것 같거든요.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굉장히 어려워지니까 재정정책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회복시켰지만요. 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적극적으로 통화정책 재정정책 쓰다보니 부채가 더 늘어났죠. 부채의 복수가 언젠간 있을 겁니다. 과거 역사를 보면 부채가 늘어났을 때 반드시 구조조정을 겪었거든요. 1980년대 남미,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미국 금융 위기도 사실 가계 부채가 너무 많이 늘어났다는 거거든요. 근데 이번 부채는 전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요.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죠. 과거 외환위기 때는 기업이 부실해서 일어난 거거든요. 1980년대 후반 ‘3저’로 미래가 너무 낙관적이어서 기업들이 엄청난 투자를 했죠. 1990년대 들어와서 수요가 부족하니 기업이 부실해지고, 은행이 부실해지면서 한 마디로 부실해진 기업과 은행 처리하는 과정이었거든요. 그때는 우리가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었던 건 가계와 정부가 굉장히 건전했어요. 가계 기업 정부가 분담해서 위기를 극복했거든요. 근데 지금 가계부채가 너무 많이 늘어나고 있어요. 기업부채도 1분기에 GDP 대비 105%. 기업, 가계, 정부마저 부실해지는데 한 번 문제가 될 수 있죠.
▶임락근 기자
부채의 복수에 어떻게 대비를 할 수 있을지요?
▷김영익 교수
가장 부채 위기가 안 나오는 건 일본식으로 가는 거죠. 일본 금리가 0%니까. 일본 정부 부채가 GDP 대비 230%에 근접하고 있는데 금리가 0%니까 견디거든요. 일본화라고 그러는데. 우리나라도 그렇게 갈 사능성이 있습니다. 금리가 0%면 부채를 짊어진 사람들도 이자 부담이 거의 없으니까 그대로 가는. 그런데 재가 우려하는 건 전세계가 엄청난 돈을 풀었기 때문에 이게 언젠가는 인플레로 이어질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 실제 GDP가 잠재 GDP에 접근하면 인플레 압력이 나타나고요. 코로나로 가장 큰 경제 변화 중 하나가 글로벌 밸류 체인이 흔들렸다는 것. 그 동안엔 세계에서 물건을 가장 싸게 생산할 수 있는 지역에서 상품을 생산해서 그걸 수출, 교역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코로나로 미국에서 마스크 하나도 생산 안 하죠. 월마트에 가 보면 50% 이상이 중국산 상품입니다. 생산도 자기 나라에서 하겠다는 거에요. 근데 중국처럼 싸게 생산할 수 없어요. 그럼 공급 측면에서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죠. 물가가 오르면 시장금리가 오르게 됩니다. 물론 미 연준이나 중앙은행은 물가가 한참 오른 후에나 정책금리 인상하겠지만, 시장 금리가 오르면 각 경제주제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죠. 이런 것들이 2023년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그럼 우리가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하느냐. 미리부터 부채를 줄여나가야죠. 그리고 개인 입장에서는 위기가 오면 좋은 투자 기회니까 현금성 자산 이런 걸 언제든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도 2022년 하반기 2023년 가면 리스크 관리를 하셔야 합니다.
▶임락근 기자
지금까지 김영익 교수님 말씀 들어봤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기획 한국경제 총괄 조성근 디지털라이브부장
진행 임락근 기자 촬영 김인별 PD 편집 김소희 PD
제작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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