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테란’ 임요환, ‘폭풍 저그’ 홍진호 등 수많은 ‘스타 프로게이머’를 발굴하며 e스포츠산업 산실 역할을 했던 세계 최초 게임 전문 케이블 채널 OGN(옛 온게임넷)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2000년대 중반 한때 시청률이 동시간대 공중파 방송을 앞서는 등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유튜브·아프리카TV 등 1인 인터넷 방송에 밀려 정리되는 신세가 됐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임해 OGN 채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채널 운영권과 자산 등을 이전하는 자산 양수도 방식이다. 예상 가격은 100억원 미만으로, 현재 복수의 미디어업체 등과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CJ ENM은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OGN은 2000년 개국한 세계 최초 e스포츠 전문 방송국이다. 동양제과(현 오리온)가 63%의 지분을 출자하고 한국통신하이텔(21%), 로커스(14%)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스타크래프트, 피파2000, 레인보우식스 등 당시 인기를 끌던 게임을 중계방송하며 팬층을 쌓았다. 2009년 CJ그룹이 이 채널을 포함한 온미디어 전체를 약 4300억원에 인수하면서 CJ그룹 산하 채널로 자리잡았다.
ONG은 국내 방송 중 처음으로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를 운영했다. 전성기인 2004년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프로리그 결승전 현장에 10만 관중이 몰리면서 ‘광안리 10만대첩’이란 신조어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인기 게이머였던 임요환과 홍진호의 경기는 각 선수의 이름을 딴 ‘임진록’으로 불렸고, 통상 가을 무렵 열리는 리그 결승전은 ‘가을의 전설’이라고 통하는 등 2000년대 대표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시들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PC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리그를 운영하며 반등을 노렸지만 이마저 게임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가 리그를 직접 주관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유튜브·아프리카TV 등을 통해 1인 게임 방송이 확산한 점도 OGN 입지가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충격까지 겹쳐 수익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케이블 채널 특성상 특정 채널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공개되지 않지만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은 지난해 말 미취학 아동 대상 영어교육 채널 잉글리시젬을 멀티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인 미디어캔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CJ ENM은 tvN, Mnet, OCN 등 16개 채널을 운영해왔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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