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임원이 자회사인 신용카드사 임원으로 이동하는 ‘낙하산 인사’ 관행이 깨지고 있다. 카드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기 위해 관련 전문가인 내부 출신을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올해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직 세 자리를 모두 내부 출신으로 채웠다. 국민은행 출신이 맡던 영업지원본부장직(부사장)은 내부 출신인 정연규 영업지원그룹장(상무)으로 교체됐다. 특히 플랫폼사업그룹장이 신설되고 이해정 전 디지털본부장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것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까지 국민카드의 디지털 전략은 국민은행과 KB지주에서 카드사의 전무를 겸직하며 총괄했다. 국민카드 자체 플랫폼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지급결제 앱인 KB페이 개선에 속도를 내기 위한 인사”라며 “자동차금융이나 카드 상품 등 전문성 있는 임원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은행 지점에서 판매하던 카드 상품이 카드사 모바일 앱에서 발급받는 방식으로 영업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있다.
신한카드도 올해 임원 인사에서 상근 부사장 3명 전원을 신한카드(옛 LG카드) 출신으로 발탁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핀테크와의 경쟁이 가시화하면서 카드사의 플랫폼 전략에 속도를 내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올해 조직 개편을 통해 안중선 부사장이 맡는 라이프인포메이션그룹장 산하에 플랫폼 전담 본부장직을 신설하고 내부 출신을 임명했다.
은행에서 분사한 지 8년밖에 안돼 은행 출신 임원 비중이 높은 우리카드도 내부 발탁 케이스를 늘리고 있다. 부사장 1명과 전무 5명 중 3명이 은행 출신이지만 올 들어 상무 7명 가운데 4명이 내부 승진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자리 만들어주기식 인사 관행은 플랫폼뿐 아니라 영업을 아우르는 디지털 전환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과 외부 영입이 주를 이뤘던 하나카드는 반대로 은행 출신 임원을 늘리며 지주의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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