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김지현 기자]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이 올해 들어서만 1000억원이 넘는 원금손실 확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우려했던 ESL 사태가 현실화되면서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판매된 홍콩 ELS 상품은 지난 12일까지 원금손실 106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간 만기 도래한 원금(2105억 원)을 고려하면 전체 손실률은 50% 수준이다. 쉽게 얘기해 투자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린 셈이다.
원금 손실이 확정되자, 거액의 손실을 입은 소비자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에 접수된 홍콩 ELS 관련, 전체 민원 건수는 1400여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518건은 올해 제기된 민원이다. 최근 만기도래와 원금의 절반 이상 손실이 확정되면서 민원과 항의도 급증하는 추세다.
실제로 홍콩H 지수 ELS 피해자 모임 커뮤니티에는 원금 손실에 대해 피해를 하소연하는 글들로 빼곡하다.
한 민원인은 알파경제에 “어머님은 30년동안 은행을 믿고 거래를 해왔고 1년, 6개월 단위로 입금이 돼 적금인 줄 알고 계셨다"면서 "해당 ELS 건은 코로나로 시기가 안좋으니 묻어두고, (해당 은행이) 재가입을 종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재가입시 해당 서류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몰랐던 것 같고, 고령자이시다 보니 의례 은행이 도장을 달라고 하면 주신거 같다”면서 “아직도 어머님은 2018년 가입한 적금으로 알고 계신데, 현재 피해금액이 2억8000만원 가량"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예금 만기가 다가오는 시점에 신뢰가 있는 직원분과 안전상품으로 가입했다"면서 "지난 2020년쯤 바뀐 담당자로부터 홍콩지수 상품을 권유 받았고, 가입시점에 5%이율과 6개월 조기 상환, 원금손실이 없다는 소개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입당시 투자성향 부적합으로 나와 은행전산이 막혀, 그 다음주 재방문해 가입했다”면서 “작년에 너무 놀라 은행에 갔더니, 5%만 더 오르면 되고, 시간이 충분하니 걱정 말라고 안심을 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그룹 한 관계자는 “만약 불완전판매 사실이 인정이 되고 확실하게 밝혀진다면, 투자 책임 원칙이 서 있기 때문에 분명히 개별적으로 배상처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은행의 입장”이라며 “저희 범은행권 고객들이 그런 손해를 보지 않고,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투자 상품에는 손실이 따를 수 있는데, 이 분위기에 편승하시는 분들도 분명히 있다"면서 "또 다른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장 이복현은 지난 9일 “예적금이 아닌 금융투자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는 자기 책임 원칙에 따라 책임져야 한다”면서도 “책임의 문제와 별개로 손실 부담 및 책임소재 정리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늦어도 오는 3월까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