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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열기 뜨겁네" 청각장애인이 커피 건네는 신한 카페스윗

입력: 2023- 11- 24- 오전 12:24
© Reuters.  [르포] "열기 뜨겁네" 청각장애인이 커피 건네는 신한 카페스윗

지난 21일 퇴근시간을 앞둔 늦은 오후 서울 성북구 정릉동, 시끌벅적한 정릉시장을 지나 가로수 대로변에 위치한 2층 건물. 연말을 맞아 신한은행의 청각장애인 일자리 카페 '카페스윗' 정릉점은 은행과 커피를 찾는 고객들로 분주했다. 카페 입구에는 "마음과 손으로 소통하는 아이컨택 카페"라는 문구와 "휠체어, 유모차 이용 고객님은 매장으로 전화주시면 후문 이용을 도와드리겠습니다"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내달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캐롤이 울려퍼지는 1층 디지털 스윗 라운지는 직원 카운터와 함께 여러개의 탁자와 의자가 배치 돼 있었다. 라운지 곳곳에는 "청각장애인과 소통할 때 가장 중요하는 것은 서로의 눈을 맞추는 일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필담 주문을 위한 패드가 구비돼 있었다. 카운터에 들른 손님들은 매우 익숙한 듯 필담으로 음료를 주문했다.

필담으로 커피를 주문한 대학생 박모씨(20대·여)는 "카드 비번(비밀번호)을 까먹고 바꾸러 왔다"며 "은행 업무를 보기 전 커피를 마실 수 있어 참신하다"고 말했다. 대표 메뉴로 아이스크림을 얹힌 '스윗커피'를 추천한 카페 직원 최모씨(40대·여)는 "이곳에서 청각 장애인 바리스타와 제빵사를 돕는 농인 수어통역사"라며 "꽤 많은 사람들이 은행 업무를 보고 나서 호기심에 이곳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라운지에는 카운터 외에도 5대의 ATM(현금자동출납기)과 신한은행 온오프라인 융합형 디지로그브랜치(지점)를 오마주한 무인점포 '디지털데스크(DIGITAL DESK)'가 있다. 디지털데스크는 몇몇 사람들이 1.5평 남짓한 2개의 화상상담창구에서 화상으로 연결된 은행 직원에게 은행 업무 관련 상담을 받고 있었다.

디지털데스크를 이용하던 정릉동 주민 이모씨(70대·여)는 "디지털 창구가 너무 신기하고 화면에 내 얼굴이 보이는게 너무 재밌다"며 "가끔 불편한데 (직원분이) 친절하게 알려주니까 친근감 있고 정이 생긴다"고 호탕하게 웃으며 발길을 옮겼다.

디지털데스크 창구 매니저(30대·여)는 "많은 손님들이 은행 점포들이 문을 닫는 4시 이후 6시까지 급한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서 이곳에 들른다"고 말했다. 디지털데스크의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카페 스윗 정릉점은 3명의 청각장애인 바리스타와 제빵사, 3명의 비장애인 직원 등 6명의 직원들이 카페 운영에 힘쓰고 있다. 카페 스윗은 2020년 12월 처음으로 문을 연 신한은행 본점에 이어 신한금융그룹 백년관점, 서울대입구역점 등 현재 5개 매장에서 운영중이다. 전체 직원 수 약 38명 중 절반인 19명이 청각장애인이고 나머지 절반은 비장애인이다. 명동점은 지난 19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정릉점에는 인근 대학 등 20~30대 국내외 젊은층의 방문도 늘고 있다. 이날도 20대 외국인 등이 자주 눈에 띄었다. 국민대 중국인 대학원생(20대·여)은 "몇개월 전부터 간단한 은행 업무를 보면서 공부도 할 겸 자주 방문하고 있다"며 단골임을 강조했다.

그는 "인근 카페들 중 커피 맛은 여기가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북한산이 보이는 (3층) 루프탑도 궁금해서 다가올 봄이 기대된다"며 "학교 등 친구들에게도 이곳을 소개했는데 좋아했다"고 전했다. 카페스윗 정릉점은 현재 추운 날씨 탓에 3층 루프탑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카페스윗'은 신한(S)과 함께(with)라는 의미로 신한은행의 청각장애인 고용 사업이다. 신한은행은 안정적 사업 운영을 위해 공간과 원두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수익금을 기부한다. 청각장애인 일자리 창출 및 장애 인식 개선 활동과 함께 옥수수 전분컵, 빨대 등 친환경 제품과 다회용컵 사용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환경 친화적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보청기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김씨(20대·남)는 "(카페스윗 쏠에) 입사하고 나서부터 사회적 소속감을 느낀다"며 "고객이 내가 만든 커피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때면 뿌듯하면서도 보람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담담한 목소리로 "청각장애인들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고 여러 방법을 통해 소통이 가능하다 며 "청각장애우에 대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또 "앞으로도 바리스타 일을 할 것이며 커피 관련 기구도 관심이 많아 직접 개발에 참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이씨(20대·여)는 "비장애인 직원은 물론 방문객들이 현장에서 장애인과의 차이점을 몸소 체험하면서 조금씩 좁힐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며 웃으며 이야기 했다.

카페스윗의 2층 클래식 스윗 라운지(VIP 라운지)는 마치 옛날 은행과 같은 또 다른 풍경을 보였다. 비치된 테이블마다 자리한 사람들은 저마다 가져온 책과 노트북을 넓게 펼치고서 일에 집중해 조용하면서도 분주한 분위기를 풍겼다. 짙은 초록 통장색을 연상시키는 소파들과 곳곳에 전시된 주판, 지폐계수기, 전자식 출납 회계기 등의 유물과 자료는 80년대 은행 모습과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80년대 은행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클래식한 공간으로 '은행 컨셉 카페'답게 한쪽에는 은행 금고를 재현한 '금고 포토존'이 마련됐다. 이곳을 방문한 아이들은 금고 포토존에 비치된 지폐와 금고가 신기하다는 듯이 이리저리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80년대 은행의 모습을 재미있게 즐겼다.

초등학생 아이들과 이곳을 두번째로 방문했다는 정릉동 주민 박모씨(40대·여)는 "일하시는 청각장애인 직원분들과 필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며 "아이들이 은행의 역사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자주 찾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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