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상장지수펀드)운용본부 팀장은 최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고금리, 고인플레이션(금리인상) 시대에는 현금흐름 전략에 주목해 주가 방어 능력이 높거나 배당을 꾸준히 지급할 수 있는 기업들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며 기업 이익의 변동성이 커질 때는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FCF)이 탄탄한 기업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잉여현금흐름은 한마디로 '기업의 영업활동과 투자에 쓴 돈을 다 제하고 남은 현금'을 말한다.
잉여현금흐름 좋은 기업, 경기 부진에도 견고한 방어력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에 상장된 종목 중 과거 12개월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이 가장 우수한 100개 종목을 편입하는 'TIGER(타이거) 미국캐시카우100 ETF'를 출시했다. 국내 첫 현금흐름 전략 상품이다.
상품 준비부터 출시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 김남호 팀장은 상품 출시 배경에 대해 "좋은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선 PER(주가수익비율)이나 PBR(주가순자산비율)보다 기업의 잉여현금흐름이 중요하다"며 "고금리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기업의 잉여현금 흐름이 굉장이 중요한데, 아직 국내에는 현금 흐름에 집중한 상품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투자자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판단할 때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등을 분석하지만 이는 기업이 실제로 현금을 회수했거나 보유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의 실제 현금 보유를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하고 향후 경제나 사업환경이 어려워질 때 해당 기업의 기초체력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잉여현금흐름이 우수한 기업들은 장기적인 위기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시기엔 기업이 사업 영위를 위해 필요한 인력과 자재 비용이 크게 상승하게 되는데 현금흐름이 우수한 기업들은 부채 시장 의존도가 낮고 자금조달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며 "이처럼 재무적으로 주가 방어 능력이 뛰어나고 배당을 꾸준히 지급할 수 있는 기업들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배당보다 안정적 배당수익이 더 중요"
테마주 열풍이 증시를 훑고 간 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중동 전쟁으로 증시가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인 ETF로 몰렸다. 그중에서도 연평균 3~4%의 배당수익률을 내면서 배당 일부를 재투자하는 '슈왑 US 디비던드 에쿼티'(Schwab U.S. Dividend Equity) ETF인 이른바 'SCHD ETF'가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국내 다수의 자산운용사도 SCHD와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한국형' SCHD를 속속 선보였다.
TIGER 미국캐시카우100 ETF도 그중 하나다. SCHD ETF 대비 우월한 성과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SCHD가 추종하는 '다우존스 US 디비던드 100 지수'의 연초 대비 상승률은 0.49%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TIGER 미국캐시카우100 ETF의 추종지수 'Global X 미국 잉여현금흐름 킹스 100 지수'는 13.88% 올랐다. 최근 5년간 등락률을 비교해도 TIGER 미국캐시카우100 ETF의 추종지수(80.82%)가 SCHD 추종지수(67.95%)를 넘어선다.
장기 투자를 계획한 투자자들이 잉여현금흐름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게 김 팀장의 조언이다. 잉여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은 고배당주보다 배당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배당을 줄 수 있다. 현재 국내 상장된 고배당 ETF 배당수익률은 약 6~7%이다. TIGER 미국캐시카우100 ETF의 배당수익률은 2% 수준이다.
김 팀장은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금리가 인하되기 전까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세계적으로 다시 잉여현금흐름이 좋은 기업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TIGER 미국캐시카우100 ETF는 국내 투자자들이 손쉽게 잉여현금흐름이 우수한 미국 기업에 투자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미국 현금흐름 관련 전략 ETF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관련 ETF를 활용하면 환전에 대해 번거로움도 줄이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가입자의 경우에는 연금계좌를 통해 현금흐름 국내 ETF에 투자하는 전략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