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는 미국 고용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하락 마감했다.
31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0.44포인트(0.88%) 하락한 3만1510.43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S&P 500수는 31.16포인트(0.78%) 내린 3955.0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66.93포인트(0.56%) 하락한 1만1816.20에 마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지난주 경기 침체가 온다고 해도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한 이후 변동성이 확대된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오는 3일 발표되는 고용보고서를 주시하고 있다. 고용지표가 부진할 경우 인플레이션 하향 안정 가능성에 주목하며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증시는 장 초반 ADP 민간 고용보고서 결과가 예상을 밑돈 것으로 나타나면서 상승했다. 미국의 8월 민간 부문 고용은 전월대비 13만2000건 증가해 예상치(30만명 증가)를 크게 하회했다.
하지만 오는 8일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75bp(1bp=0.01%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로존 경기 침체 이슈를 자극해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럽연합(EU) 통계국(Eurostat)에 따르면 유로존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기대비 9.1% 올라 1997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지표가 상승세를 이어가자 ECB가 지난 7월 50bp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행한 데 이어 다음 달 '자이언트스텝(한번에 75bp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종목별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시장 불황 우려에 2.42%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불황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컨센서스 하향 조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기업들의 엔드마켓 수요 둔화세가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AMD (NASDAQ:AMD)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NASDAQ:AMAT)도 각각 2.38%와 0.48% 하락하는 등 반도체 업종 대부분이 동반 하락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15% 하락했다.
스냅은 인력감축을 통한 비용절감 기대감에 최근 과매도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8.69% 상승 마감했다. 장전 스냅 (NYSE:SNAP) 주가는 핵심 경영진 두 명이 넷플릭스로 이직한다는 소식에 8% 넘게 하락했다. 스냅의 고르만 CBO(최고브랜드경영자)와 북미 사업부 광고 부문 네일러 국장이 넷플릭스로 이직한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씨티는 "넷플릭스가 광고 삽입 요금제 출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냅에서 인재 유출이 발생한 것"이라며 "광고 산업에서 핵심 인재가 유출되면서 수익화 전망이 비관적으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스냅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목표주가를 16달러에서 1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이날 스냅은 인력 감축을 포함해 고강도 비용절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CNBC에 따르면 스냅은 직원 1000명 이상을 해고할 방침이다. 이는 전체 직원 중 20%에 해당한다. 앞서 스냅은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하루에만 25% 주가가 하락한 바 있다.
온라인 애완용품 판매업체 추이는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하면서 8.18% 하락했다. 회사 측은 연간 가이던스 하향 조정의 이유로 가격 상승과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패션 리테일기업 익스프레스는 2분기 매출이 6억6440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4억7960만달러)를 하회하면서 20.83% 급락했다. 의류업체 필립스 반 휴센은 경제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인력비용을 줄이겠다는 발표에 8.98% 하락했다.
소형 우주 발사체 기업 로켓랩은 코웬이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한 영향으로 7.21% 올랐고 메타플랫폼은 클리블랜드리서치가 광고 수익 개선 기대 등으로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데 힘입어 3.67% 상승 마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ADP 민간 고용 보고서를 통해 고용시장이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자 달러 약세 속 상승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유럽 물가 상승폭이 예상을 상회하자 ECB 통화정책 회의에서 75bp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며 유럽 증시 하락이 투자심리에 부담을 주며 하락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서 연구원은 "반도체 관련주가 전망에 대한 우려 속 하락을 주도한 가운데 국제유가가 경기 침체 우려로 약세를 보이자 장 후반 하락세를 이어갔다"며 "더불어 월말 수급 요인으로 국채 금리가 상승 확대하고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매물 출회된 점도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