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을 위해서는 퇴직연금도 잘 굴려야 하는데, 수천개가 넘는 퇴직연금 중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타이어'(T.I.R.E.)를 기억하면 된다. 이는 퇴직연금 대표상품 4가지 ▲타겟데이트펀드(TDF) ▲인컴펀드(Income Fund) ▲리츠(REITs) ▲상장지수펀드(ETF)를 말한다.
타이어(T.I.R.E.)의 첫 번째 T는 TDF(Target Date Fund)다. 투자자의 (은퇴)목표시점에 맞춰 펀드 내 위험자산(주식 등)과 안전자산(채권 등)의 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산배분펀드를 말한다. 통상 은퇴시점이 많이 남았을 때는 전체자산에서 위험자산(주식 등) 비중을 높이고 은퇴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채권 등)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알아서 운용한다. 투자자가 본인의 은퇴시점에 맞춰 TDF를 선택하면 그 다음부터는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펀드가 알아서 운용해준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TDF는 은퇴시점 에 맞춰 사전에 정해진 자산배분 곡선에 따라 펀드 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자산배분 비중을 조정한다. TDF는 펀드명에 2045, 2050와 같이 은퇴시점을 의미하는 4자리 숫자를 표기한다. 예를 들어 1982년생이 60세 즈음 은퇴한다면 본인의 예상 은퇴시점인 2042년에 가까운 TDF2040 또는 TDF2045를 선택하면 된다.
물론 TDF가 모든 연금투자자를 위한 완벽한 금융상품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퇴직연금 운용의 가장 큰 장애물은 연금가입자의 무관심에 있다는 점에서 은퇴시점에 맞춰 은퇴자산을 알아서 관리하는 TDF는 은퇴자산 관리가 어려운 초보 연금투자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꾸준하게 굴릴 수 있는 인컴펀드는 채권, 고배당주, 리츠(부동산간접투자상품) 등에 분산투자해 이자, 배당, 임대소득 등으로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을 말한다. 어떤 자산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크게 매매손익과 인컴수익으로 나뉜다. 매매손익이 가격변화에 따라 수익이 날 수도 손실이 날 수도 있다면 인컴수익은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 발생할 지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는 수익을 말한다. 넓게 보면 직장인이 받는 월급도 인컴 수익에 해당한다.
인컴펀드는 매매손익 보다 인컴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주식 하나를 담아도 배당을 더 많이 주는 고배당주를 담고, 채권을 담아도 이자를 더 주는 회사채에 투자한다. 이러한 인컴자산 투자를 통해 '은행금리+ α' 정도의 꾸준한 현금흐름을 추구하는 것이 인컴펀드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인컴펀드도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배당주펀드, 부동산펀드, 인프라펀드와 같이 한 종류의 인컴자산에 투자하기 보단 다양한 인컴자산에 분산투자하는 '멀티인컴형 펀드'에 투자하면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
타이어(T.I.R.E.)의 세 번째 R은 리츠(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우량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다.
통상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므로 부동산에 직접투자해 임대수익을 얻는 것과 비슷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퇴직연금상품으로 리츠에 주목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 시대에 매력적인 배당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리츠의 2020년 배당수익률은 7.1%로 같은 기간 코스피200 배당수익률(2020년, 1.74%)의 4배에 달한다. 리츠에 투자하는 경우 최근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리츠를 선택하기 보다는 지난 3~4년간 꾸준하게 배당을 지급해 온 리츠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 E는 ETF(Exchange Traded Fund)다.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쉽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는 펀드를 말한다. 예를 들어 KODEX200 ETF 1주를 사면 KODEX200을 구성하는 모든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ETF는 분산투자로 개별종목의 등락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 개별종목에 투자할 경우 시장은 장은 상승하더라도 해당 종목의 악재에 따라 가격이 빠질 수도 있지만 ETF는 시장 전체에 투자하기 때문에 장기투자가 가능하다. 저렴한 거래비용도 ETF의 장점으로 꼽힌다. ETF는 주로 벤치마크 지수를 추종하는 형태로 운용되는 인덱스펀드(연 0.3% 수준)로 펀드매니저의 운용역량이 중요한 액티브펀드(연 1~2%수준)에 비해 펀드보수가 저렴하다.
인덱스펀드의 아버지 존 보글은 '과거 수익률만 보고 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자동차의) 백미러만 보고 운전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과거 수익률 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투자성향에 맞는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퇴직연금을 꾸준하게 안정적으로 굴리고 싶은 투자자와 적극적으로 굴리고 싶은 투자자에게 적합한 금융상품도 제각각이다.물론 본인의 투자성향에 맞는 금융상품을 단번에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투자경험을 쌓고 자신에게 맞는 금융상품을 장착하는 것은 퇴직연금 투자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