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주식 시장에 등장한 신조어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1894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이다.
코로나 시대 주식 시장은 동학개미로 대표된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 심리에 따라 휘청이던 국내 증시가 개인들의 강한 매수세만으로 삼천피(코스피 3000)와 천스닥(코스닥 1000) 시대를 활짝 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에도 지갑을 활짝 열었던 동학개미들이 올해는 코로나 발생 후 해가 두 번 바뀌고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가 도래하자 국내 주식 시장에서 서둘러 탈출하기 바쁜 모습이다. 그 많던 개미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한국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조888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동기(26조1861억원) 대비 31% 넘게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 발생으로 한국 증시가 급락했던 2020년 3월 이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일평균 거래대금이 20조원 이상을 기록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 흔들리던 국내 증시를 벗어나 이들이 향한 곳은 해외 주식시장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극복하기가 힘들다고 판단한 주식 투자자들은 상당수가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해외 증시로 이동한 서학 개미들이 가장 많이 러브콜을 보낸 시장은 단연 미국이다.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이 대폭 감소한 것과 달리 미국 시장 외화증권 보관금액(투자잔액)은 코로나19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보관금액은 전년동기대비 49.57% 오른 694억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1분기 88억달러(약 10조6664억원)였던 보관금액은 지난해 1분기 464억달러(56조2414억원)까지 올랐다. 1년 만에 5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상장사들의 계속되는 물적 분할, 대규모 공매도 등으로 관련 종목 투자 시 주가 하락 피해가 꾸준히 늘고 있는 점 역시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투자를 외면하는 요인 중 하나다. 투자자 보호 제도가 미흡해 국내 증시에서 이익보다 손해만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 정부 역시 팔을 걷어붙였다.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실질적 형사 처벌 강화 계획을 발표하는 등 경기 회복과 함께 주식 시장 활성화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불공정거래행위 수사 조직 개편 및 확대 계획도 약속했다.
“미국 증시가 올라도 국내 증시는 떨어지고 미국 장이 폭락하면 우리 증시는 더 폭락합니다. 삼성전자 (KS:005930) 말고 애플사세요.” 최근 한 경제 기사에 달린 댓글은 국내 주식 시장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2020년 이맘때 대한민국 증시를 떠받쳤던 동학개미들이 손실 위험이 큰 국내 주식은 신뢰할 수 없다며 등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내달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가 주식시장의 신뢰 회복을 통해 집 떠난 동학개미를 다시 불러올 수 있을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