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 사진=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가 코스피 상장을 위한 공모를 본격화한다. 속도전에 돌입할 경우 이르면 내달 주식시장에서도 카카오뱅크를 거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처음으로 상장에 도전하는 만큼 은행업체인지 플랫폼업체인지 정체성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어 회사가 이번 IPO에서 어떤 밸류에이션을 제시할지 관심이 모인다.
한국거래소 유가시장본부는 17일 카카오뱅크 상장예비심사를 승인했다. 지난 4월 15일 카카오뱅크가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이후 44영업일만으로 심사기간을 꼬박 채워서 결과가 통지됐다.
최근 상장예심에 통과한 대어급 IPO들의 경우 중복청약 여부가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결과적으로 카카오뱅크는 증권사별 중복청약 대상에 해당되지 않을 전망이다. 중복청약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오는 20일 이전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영업일 기준으로는 오늘 오후 6시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17일 상장예비심사에 통과한만큼 오늘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에는 일정이 촉박하다. 카카오뱅크 측도 무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회사관계자는 더스탁에 “오늘은 증권신고서 제출 계획이 없으며, 상장일정과 관련해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가시화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공모투 투자 과열을 차단하기 위해 오는 20일부터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에 대해서는 공모주 중복청약을 제한하기로 했다. 단 이전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예비 상장사에 대해서는 중복청약을 허용한다. 카카오뱅크가 18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방침이라 크래프톤이 중복청약의 마지막 주자가 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가 공모주 청약과 상장을 내달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카카오그룹내 카카오페이가 영업일 기준 일주일 차로 상장예심을 청구했기 때문에 카카오페이의 심사결과도 곧 나올 예정이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 등 하반기 IPO시장에 빅뱅이 예고되고 있어 투심분산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상장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카카오뱅크의 상장 주관사는 KB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다. 공동 주관사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맡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7년 7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했다. 뱅킹 비즈니스로 예금, 대출, 외화송금, 지급결제 등을 하고 있고, 플랫폼 비즈니스로 주식계좌 개설, 제휴사 대출 추천, 제휴 신용카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설립 3년차인 지난 2019년 137억원의 순이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8042억으로 전년대비 20.9% 성장됐고, 영업이익은 1226억원으로 전년 대비 9배가량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2019년 137억원에서 1136억원으로 700% 이상 폭증했다. 대출에 따른 이자수익 뿐만 아니라 증권계좌개설 신청서비스, 신용카드모집대행, 연계대출 등 수수료 수익에서도 골고루 흑자를 냈다.
1분기 말 기준 대출채권 잔고는 22.4조원으로 지난해 12월말 대비 1.7조원(8.4%) 증가했다. 자산 고성장세가 이어진데다 순이자마진(NIM) 또한 1.87%로 2020년 1.68%대비 크게 상승했다.
카카오뱅크가 은행업을 하고 있지만 디지털을 기반으로 고속성장하고 있고, 플랫폼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 관심이 쏠린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호실적 기조와 금융업종 내 디지털 지배력 확대, 플랫폼 사업영역 확장 등을 바탕으로 IPO를 앞두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IPO 과정에서 2조원의 자본을 충원한다고 가정하고 자본규모 5조원 기준하에서 해외 peer valuation 사례 감안 시 예상가치는 15조원(PBR 3배) 내외로 추정하며, 단순 금융회사가 아닌 플랫폼 업체의 관점에서는 20~27조원의 가치부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최대 주주는 카카오로 지분 31.78%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국민은행도 각각 27.10%, 9.35%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