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오랜 기간 대기업 사외이사 자리는 교수, 전직 관료, 법조인 등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던 시절, 구색을 맞추거나 연관된 부처의 관료들을 예우하는 관행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사회 역할이 커짐에 따라 여성, 기업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가 늘고 있다. 대기업 이사회가 거수기에서 벗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25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23일 종가 기준)을 전수조사한 결과 올해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가운데 여성 비율은 31%에 달했다. 지난해 이 비율은 18%에 그쳤다. 시총 100위 기업의 평균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12%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증가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기업마다 여성 임원이 늘고 있고, 내년부터 기업(자산총액 2조원 이상)이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이 적용된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다른 기업의 경영자를 사외이사로 초빙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사외이사 가운데 기업인 비율은 20%로 집계됐다. 교수(39%)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높다. 한화솔루션은 40대 벤처기업가인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를, SK는 이선희 매일유업 대표를 사외이사에 선임했다. 이 밖에 LG디스플레이, 네이버 등은 ESG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모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성 비중을 높여 다양성을 확보하고 기업인과 ESG 전문가를 선임해 기업의 미래를 보여주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재원/고재연/전범진 기자 wonderful@hankyung.com
신한카드, '디지털 ESG' 선언…탄소배출 절감 등 경영실천
아모레퍼시픽그룹, '그린사이클'로 ESG경영 선도
"ESG 전문가 모셔라"…사외이사 영입 나선 기업들
한은의 경고…"금융권, 411조 고탄소업종 대출·투자 줄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