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가 판매대금을 받기까지 두달이 걸리는 전자상거래 정산기간을 하루로 앞당긴 네이버 '빠른정산' 서비스의 이용금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4개월만이다. 운전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상공인(SME)이 정산을 받기까지 한 달 이상 걸리는 쿠팡 등 일반 전자상거래 업체와는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빠른정산 서비스를 통해 SME에게 약 1조원의 판매대금을 정산했다고 3일 발표했다. 일평균 지급액은 약 200억원으로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계 최대규모라고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밝혔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빠른정산 서비스는 배송완료 다음날 판매대금의 90%를 SME에게 무료로 정산하는 서비스다. 빠른정산 서비스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매출이 최소 3개월 연속 월 100만원 이상이면 신청이 가능하다. 빠른정산 대상업체로 선정되면 정산액에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구매자가 결제를 하고 배송이 완료되더라도 8영업일 안에 구매를 취소하면 받은 돈을 다시 구매자에게 돌려준다. 빠른 정산서비스를 통해 구매확정 전에 정산을 했는데 구매자가 취소를 하면 일시적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의 현금흐름에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빠른정산이 가능한 것은 스마트스토어 데이터를 활용해 입점업체의 신뢰도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빠른정산서비스를 적용한 경우 구매자로부터 구매취소 요청이 들어올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해 위험탐지시스템(FDS)을 도입했다. 반품률이나 단골고객비율 등으로 입점 업체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받아놓은 판매대금으로 금융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바로 정산이 가능한 것"이라며 "결제 후 9.4일이 걸리던 정산기간을 목표보다 하루 앞당긴 4.4일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쿠팡도 판매 다음날 결제액의 최대 90%를 정산받는 즉시정산 서비스를 지난해 5월 도입했다. 하지만 네이버와 달리 국민은행과 함께 운영하는 대출상품으로, 하루 0.013%(연 4.8%)의 금리를 받는다. 즉시정산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판매자가 구매 확정일로부터 대금을 모두 받기까지는 한달 이상 걸린다.
쿠팡이 네이버와 같은 선정산 서비스를 도입하기 어려운 것은 잇단 적자로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판매대금은 플랫폼이 중간에서 잠시 맡아뒀다가 입점 업체에 전달해야하는 미지급금이다. 정산 주기가 짧아지면 미지급금이 줄면서 현금 유동성이 취약해진다. 월거래액이 1조원을 웃도는 쿠팡이 정산주기를 앞당기려면 대부분의 유동성을 포기해야한다는 분석이다. 쿠팡이 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이 납품업체에 지불해야 할 외상값(매입채무)은 지난해말 10억6585만달러(1조1958억원)으로 2019년(4억1651만달러)보다 155% 가량 늘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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