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 5일 오전 10시53분
‘조카의 난’이 벌어진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 사태가 심상치 않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게 반기를 들고 나선 박 회장의 조카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측에 대형 펀드와 기관투자가 등 일부 주주가 합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5일 재계 및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호석유화학 지분 1%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한 해외 자산운용사가 배당금 대폭 증가 등을 내세운 박 상무 측 주주제안에 동의하기로 결정했다. 역시 1%가량을 들고 있는 LK자산운용도 박 상무 측에 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 측(14.86%)과 박 상무(10.0%) 측 지분율 격차가 약 4.8%포인트에 불과한 상황에서 박 상무 측이 2% 이상 우호지분을 확보하자 경영권 향방에 불확실성이 생겼다는 평가다.
2002년까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이끌었던 고(故) 박정구 회장(2남)의 아들인 박 상무는 지난달 27일 박 회장과의 특수관계를 해소하고 독자적으로 주주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공시를 통해 ‘선전포고’를 날렸다. 특히 배당금을 기존의 7배 이상인 보통주 1주당 1만1000원(우선주 1만1100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주장을 앞세워 운용사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운용사로서는 분쟁으로 인한 주가 상승 효과에 배당금 증가까지 ‘꿩 먹고 알 먹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박 상무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이사 1인, 사외이사 4인의 자리에 본인(사내이사) 및 지인(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추천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올해부터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 선임 시 이른바 ‘3%룰’이 적용된다. 박 상무의 의결권도 3%로 제한되지만 우호 주주들이 힘을 실어주면 감사인 선임도 가능한 구도다.
박 상무 측이 3월 주총에서 이사회 진입에 성공할 경우 회사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거론된 자사주(18.36%)의 활용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 자사주는 그 자체로는 의결권이 없어 제3자(백기사)에게 넘겨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박 상무 측 이사진이 반대하면 백기사 영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단일 2대주주인 국민연금(7.91%)이 과거 박 회장이 배임 판결받은 것을 이유로 그동안 기계적으로 반대표를 행사해온 점도 박 회장 측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그러나 올해는 박 회장의 임기가 남아 있어 국민연금이 어느 편을 들지,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할지는 확실치 않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박 회장과 달리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박 상무가 경영권을 가질 경우 회사의 본질적인 가치가 흔들릴 수도 있어 주가가 오른다고 무조건 도전자 편을 들 수는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차준호/이상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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