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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사라진 1000만 개 일자리…"올 겨울 최악"[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입력: 2020- 12- 06- 오후 04:17
© Reuters.  美서 사라진 1000만 개 일자리…"올 겨울 최악"[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직후였던 지난 3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구직센터에 앞에 실업수당을 신청하려는 인파가 몰려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에서 일자리는 가장 중요한 정치·경제 의제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친 것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을 강조한 것도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관련이 깊지요.

미국은 유럽만큼 사회보장 시스템이 폭넓지 않습니다. 일자리가 없으면 제대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어렵습니다. 직장에서 의료보험료를 내주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죠. 또 사회보장세를 내지 못하게 되니, 노후 연금도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인들이 일자리에 목을 매는 배경입니다.

고용률이 떨어지면 개인소득·소비 역시 활력을 잃습니다. 미국에서 소비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거의 70% 기여할 만큼 비중이 높지요.

그런 일자리 지표에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 여파입니다. 회복세를 타던 고용 지표의 둔화 조짐이 뚜렷합니다.

▶“미 실질 실업률은 더 높다” 진단도미 노동부가 지난 4일 공개한 비농업 일자리(11월 기준)는 24만5000개 증가했습니다. 시장 전망치(월스트리트저널 기준 44만 개 증가 예상)를 크게 밑돌았지요.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이 있었던 3~4월에만 미국에서 총 22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지난달 일자리가 30만 개도 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사라진 일자리 중 회복된 숫자는 이제 겨우 1231만 개입니다. 약 1000만 개는 여전히 복구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11월 실업률은 6.7%를 기록했습니다. 전 달(6.9%)보다는 낮아졌으나 팬데믹 직전이던 2월(3.5%)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수준이지요. 실업률이 떨어진 건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단 0.2%포인트만 하락한 건 좋지 않습니다. 미국이 경제를 재가동하기 시작한 5월 이래 가장 낮은 폭이니까요.

더구나 6.7%라는 실업률 자체에도 ‘허구’가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희망을 잃고 아예 구직을 포기한 사람 등은 실업 통계에서 빠지기 때문이죠. 미 노동부는 “휴직자(employed but absent from work)를 일시적 실업자로 분류할 경우 실업률이 7.1%로 높아진다”고 추정했습니다.

11월 실업률이 하락(0.2%포인트)한 것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떨어졌기 때문이지, 경제가 호전된 덕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61.5%로, 10월 대비 0.2%포인트 줄었습니다. 1970년대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고용 통계 뜯어 보면 ‘코로나 여파’ 뚜렷이번 고용 지표를 보면 코로나 사태의 여파인 게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비농업 취업자 추이에서 ‘경제 활력’과 관련이 깊은 도·소매업의 감소 추세가 분명하기 때문이죠. 결국 코로나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선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겁니다.

11월 민간 부문의 실업자 통계에서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전 달 대비 2만4000명 감소했습니다. 대신 비대면 경제의 핵심으로 꼽히는 운송·창고업 취업자만 14만5000명 늘었지요.

인종별로도 격차가 컸습니다. 백인 실업률은 5.9%로 비교적 낮았습니다만 흑인들의 실업률은 10.3%나 됐지요. 비교적 질 낮은 일자리가 더 많이 감소했다는 의미입니다. 아시아인 실업률은 평균 수준인 6.7%였지요.

바이든은 11월의 실업 통계를 본 뒤 “끔찍한 보고서”라고 걱정했습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1월 실업률이 조금 떨어진 것으로 나왔지만 실질 실업률은 10% 안팎으로 높을 것”이라며 “많은 미국인이 희망을 포기한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내년 2월까지가 가장 험난한 시기”라고 했습니다.

미시간대의 벳시 스티븐슨 경제학과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수준의 일자리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미국 경제가 V자형으로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최근 뉴욕 맨해튼에서 한 식당 종업원들이 손님이 없어 썰렁한 가운데 야외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전문가들 “올 겨울 실업난이 더 문제다”전문가들은 조만간 닥칠 겨울이 더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코로나 백신이 대량 보급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겨울 추위가 오고 있어서지요.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일시적인 경제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도·소매 및 여가·호텔·식당 등 바이러스 관련 업종의 실업난이 심각했다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투자은행은 “코로나 확산세와 외출금지령 확대 등을 고려할 때 12월엔 고용 개선세가 둔화하거나 오히려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추수감사절 및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에도 경기가 예상 외로 부진했다”며 “경제활동 참가율 등 가계 조사 결과 역시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주당 노동시간이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는 점에서 아직 회복 여력은 있다”고 했지요.

바클레이스는 “11월의 고용 지표는 코로나19 재확산이 미국 경제 활동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초기 신호”라며 “실업 기간이 늘고 있으며 경제활동 참가율 회복도 올 6월 이후 정체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최근의 주가 상승세와 관계없이 미국의 실물경제 핵심인 고용은 뚜렷한 둔화 신호가 나타났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미국의 인력 컨설팅 업체인 글래스도어의 대니얼 자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이 더 어두운 겨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2024년은 돼야 미국 고용률이 과거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백신 없는데 확진자는 매일 최고치 경신요즘 미국 내 어느 거리를 다녀도 과거의 활기찬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다들 불안해하고 있지요. 가까이 다가가면 여지없이 “거리를 두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1~2개월 전과도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당초 예상을 벗어날 정도로 급격히 늘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통계를 매일 집계 내는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지난 4일 하룻동안에만 미국 내 코로나 확진자가 22만7885명에 달했습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요.

사망자도 매일 3000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의료진은 물론 병실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확진자와 사망자는 갈수록 급증할 것이란 게 보건당국의 예상입니다. 지난달 말 추수감사절 대이동과 가족 모임의 후폭풍이 이달 중 본격 반영되리란 겁니다. 요 며칠 사이 미국 동부의 기온이 뚝 떨어지기도 했구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올 겨울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정말로, 매우 걱정된다”며 “앞으로 2~3주 후에 코로나 환자가 가장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워싱턴 의대의 보건계량분석연구소는 “미국 내 코로나 사망자는 내년 4월 코로나 백신이 대량 보급되기 전까지 50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예측했지요.

이런 상황에서 뉴욕 3대 증시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역대 이렇게 실물 경제와 비동조를 보인 사례가 있었나요.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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