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 10일 오후 4시 35분
“국제회계기준(IFRS) 본고장인 유럽은 회계 전문가의 판단을 중시하고 회계오류에 대해선 제재를 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2011년 IFRS를 전면 도입했지만 아직도 과거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감독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회계감독체계가 원칙 중심 회계기준인 IFRS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회계정보학회 심포지움에서다.
김종현 한양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이날 ‘IFRS시대 회계 전문가의 역할과 책임’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서 “영국과 독일 등 IFRS를 적용하는 유럽에선 공무원이 아니라 회계사, 회계학자 등 민간 회계 전문가들이 회계감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영국의 경우 회계감독기관인 재무보고위원회(FRC)에 제재안건을 올리기 전 다수의 민간 회계 전문가로 구성된 3~4개 조직에서 중복 검증을 한다. 한국에서 ‘반관반민’의 금융감독원이 감리를 하고 회계전문자문기구인 감리위원회를 거쳐 공무원과 3명의 민간 전문가(회계 전문가는 1명)가 포함된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제재를 의결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독일도 민간 회계 전문가로 구성된 재무보고서집행패널(FREP)이 초기 회계감독을 맡는다. FREP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검토해 위반 징후가 보이면 기업과 협의를 거쳐 수정하도록 유도한다. 기업이 협력을 거부하거나 결과에 동의하지 않을 때 또는 회계처리에 심각한 의문이 있을 때만 독일의 공적감독기구인 연방금융감독청(BaFin)이 나선다. 여기서도 제재가 목적이 아니라 조사에서 확인된 오류를 공시하도록 명령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정도진 한국회계정보학회장(중앙대 교수)은 “지난해 독일에서 민간 전문가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아 연방금융감독청의 조사를 받은 기업은 세 곳에 불과하다”며 “재무제표 정정 시 감리에 들어가는 한국과 달리 유럽에선 회계전문가집단이 회계오류를 지적하고 기업이 오류를 정정하면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움에선 한국도 IFRS 시대에 맞는 감독 개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지현미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는 “회계 판단에 관해 감독원이 의견을 내고 제재를 하다 보니 기업들이 과거 K-GAAP 시절처럼 감독원만 쳐다보고 있다”며 “감독당국은 ‘제재자’가 아니라 회계처리의 올바른 기준을 세우는 ‘촉진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창영 법무법인세한 변호사는 “원칙 중심 회계의 해석은 반드시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는 게 아닐 수 있다”며 “기업과 감독기관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법적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아시아나항공 사태 등 회계대란이 앞으로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들이 회계역량을 갖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인회계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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