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6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탈(脫)원전 실험’의 후유증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2018년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60조6276억원의 매출에 208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22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4%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2017년(4조9523억원) 대비 5조1612억원 급감했다. 한전 적자는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 가동을 일시 중단했던 2012년 -8179억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우량 공기업 ‘한전의 추락’
한전의 작년 경영 성적표는 참담한 수준이다. 당기순손실은 영업적자보다 많은 1조1508억원을 기록했다. 부채가 총 61조원으로 전년 대비 7조원가량 늘면서 이자비용까지 급증해서다. 한전의 비상장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등도 줄줄이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이익이 10조원을 넘던 초우량 회사의 적자 반전에 대해 한전 측은 국제 연료비 상승과 신규 설비투자 확대가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박형덕 기획본부장은 “발전 자회사의 연료비 상승(3조6000억원)과 민간 발전사로부터의 전력구입비 증가(4조원), 신규 투자 확대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4000억원) 등이 주요 배경”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 판매수익이 한 해 동안 2조2000억원 늘었는데도 영업손실을 낸 건 그만큼 ‘고비용 발전’에 의존했기 때문이란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원전 규제당국이 ‘안전점검’을 이유로 다수 원전을 멈추는 바람에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한 전문가는 “LNG 연료비가 급등했다면 LNG 수입을 줄이고 원전을 더 돌리면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원전 이용률은 2016년까지 80~85% 수준을 보였지만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2017년 71.2%로 뚝 떨어진 데 이어 작년엔 65.9%로 추락했다. 한전 내부 관계자는 “원전 이용률이 1%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1900억원의 비용 부담이 추가된다”고 했다.
비상경영 돌입…“배당 어렵다”
한전은 올해도 경영환경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이용률은 77.4%(예상치)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투자 요인이 계속 생기고 있어서다. 한전은 최근 작성한 ‘2019년 재무위기 비상경영 계획안’에서 “올해 역시 원전 안전 강화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등 환경비용 증가가 예상된다”며 “2조4000억원의 영업적자(별도재무제표 기준)를 기록할 수 있다”고 봤다.
한전은 고강도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다. 각 부문 예산을 일괄 감축하고 송·배전 공사비를 절감하는 방법 등을 통해서다. ‘실탄’을 아끼기 위해 주주 배당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지만 과거에도 적자가 났을 땐 배당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전 재무구조가 악화한 만큼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은 적자를 냈던 2008년과 2011년, 2012년 각각 전기요금을 올렸다. 박 본부장은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해 고민이 많지만 정부와 충분히 협의해 결정할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축인 전기요금 관련 태스크포스(TF)는 현재 주택용 누진제 및 산업용 경부하 요금제 개편 방안을 짜고 있다. 누진제만 폐지해도 전기를 적게 쓰는 1단계(월 200㎾h 이하) 사용자 요금이 지금보다 두 배가량 올라간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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