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가 5조원에 달하는 대형 유료방송 사업자가 탄생한다. 국내 2위 인터넷TV(IPTV) 업체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TV 2위 티브로드가 합병을 결정하면서다.
SK브로드밴드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은 21일 “급변하는 유료방송 시장에 대응하고 미디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태광그룹과 손잡았다”며 “구체적인 거래 조건을 협의해 본계약을 맺고 인허가가 완료되면 통합법인을 출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통합법인은 지난 14일 인수합병(M&A)을 발표한 LG유플러스-CJ헬로비전과 유료방송시장 2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1위 사업자는 IPTV(올레TV)와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사업을 하는 KT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과 통신을 결합한 거대 미디어 사업자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며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 투자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SKB·티브로드 합병비율 7 대 3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는 7 대 3의 비율로 합병하기로 합의했다. SK브로드밴드 지분가치는 3조5000억원, 티브로드는 1조5000억원으로 평가했다. 통합법인은 지분가치만 약 5조원, 부채를 포함한 총기업가치(EV)는 6조4000억원에 달한다. SK텔레콤은 이 법인의 지분 70%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SK브로드밴드의 가입자는 454만 명, 티브로드 가입자는 315만 명이다. SK브로드밴드의 가입자 수가 티브로드의 약 1.5배다. 하지만 합병비율을 산정하면서 평가한 기업가치는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보다 약 2.3배 높다. 이는 IPTV 가입자 한 명당 평균 매출(ARPU)이 케이블TV 업체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케이블TV의 ARPU는 약 8000원 수준인 데 비해 IPTV는 1만4000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IPTV는 사용료가 비싼 디지털 서비스 가입자인 데 비해 케이블TV는 여전히 아날로그 가입자가 많다”며 “주문형비디오(VOD) 등 부가서비스도 IPTV 가입자가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가입자당 가치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2위 탈환 위해 대대적 투자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을 아우르는 국내 유료방송시장 규모는 5조6000억원에 달한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가 합병하면 769만 명(지난해 상반기 기준)의 가입자를 확보해 점유율 3위를 차지하게 된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 가입자 수 합계인 781만 명과 불과 12만 명 차이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유료방송시장 2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날 “(통합법인에) 국내외 재무적투자자(FI)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통합법인은 티브로드의 아날로그 가입자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투자금을 사용할 전망이다. 채권단이 매각을 추진하는 딜라이브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딜라이브까지 손에 넣으면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통합법인의 가입자 수는 975만 명에 이른다. 업계 2위를 넘어 1위인 KT(가입자 986만 명)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딜라이브 경영권 향방에 따라 유료방송업계 재편의 퍼즐이 완성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창재/이승우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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