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매 판매는 대목인데도 9년 5개월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11~12월 증시 급락과 연말연시 35일간 이어진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장 전망치를 한참 밑도는 ‘소비 쇼크’가 갑작스레 나오자 미국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14일(현지시간) 지난해 12월 소매 판매가 전월 대비 1.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0.1~0.2%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던 시장 전망치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9월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등을 비롯한 비점포 소매 판매도 3.9% 떨어졌다.
이번 소비 쇼크는 크리스마스와 블렉프라이데이 등 연말 소비를 촉진하는 요인이 많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문가들마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용 지표가 호조를 보이는 상황인 데다 리서치업체, 신용평가사 등 민간에서 조사한 소비 판매 보고서, 소비자 신뢰지수가 상승한 것과 확연히 달라서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통계 정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증시 급락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인들이 소비를 줄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욕 증시 다우지수는 지난해 12월 고점 대비 15%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22일부터 35일간 계속된 셧다운으로 공무원 80만명이 급여를 받지 못하는 등 경기에 혼란을 끼쳤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경제활동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하락하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1.5%로 대폭 내렸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4분기 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0.7%포인트 내린 2.4%로 전망했다. 투자은행 JP모간은 2.6%에서 2%로 내렸다. 이날 미국 다우지수(-0.41%), 일본 닛케이225지수(-1.2%) 등 주요국 증시도 하락세를 보였다.
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는 “이번 소매판매 감소는 주목할 만하다”며 “경기 둔화 리스크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소매 판매 급락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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