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명목으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기로 한 사업에는 총 3조6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 사업도 포함됐다. R&D 지원으로 지역별 특화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역별로 이름만 살짝 바꾼 식의 비슷한 사업이 상당수여서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14개 시·도별로 48개 ‘지역희망 주력산업’을 지정해 예타 없이 해당 분야 지역 중소기업에 총 1조9000억원의 R&D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근로자 10인 이하 중소기업의 상용화 R&D에는 기업당 2년간 3억~5억원을 투자한다. 50인 이하 지역 우수기업의 성장 견인 R&D에는 기업당 2년간 6억원을 지원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4대강 사업을 비판한 문재인 정부가 예타를 면제해준 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니냐’란 지적에 “과거와 달리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외 R&D 투자 등을 통한 지역전략산업 육성 사업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대신 각 지역이 제안한 사업을 지원하는 방식이어서 과거와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역별로 원하는 사업을 받아주다 보니 이른바 ‘뜨는 사업’에 몰리는 모습이 나타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 분야가 대표적이다. 충북은 바이오헬스를 지역특화산업으로 지정받았다. 부산은 바이오메디컬, 전남은 바이오헬스케어소재가 지역특화산업이 됐다. 대구는 의료헬스케어, 광주는 디지털생체의료가 지역특화산업이다.
각 지역이 너도나도 특화하겠다고 나선 것을 정부가 그대로 받아 이름만 조금씩 바꾼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어떤 바이오기업이 어느 지역에 가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도 헷갈릴 정도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기존 오송, 대구에 있는 첨단의료복합단지도 유명무실한 상황”이라며 “바이오산업은 관련 분야가 모두 모여야 시너지가 나는데, 전국에 흩뜨리면 실효성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총 1조원을 들이는 시·도별 55개 ‘스마트 특성화’ 기반 구축 사업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지역이 자율주행차 관련 스마트 특성화 지역으로 지정됐다. 경북은 도심형 자율주행 부품, 대구는 전기 자율차 특성화 지역이다. 전북은 자율주행 상업용 수송기기, 세종은 자율주행차 실증 특성화 지역이 됐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지역별 경쟁력을 높이겠다지만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며 “지역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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