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0일 서울 미래에셋증권 빌딩에서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인포스탁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상철 기자
[인포스탁데일리=김근화 기자]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증권가에서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우려 속에서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종목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반도체, 조선 등 경기에 민감한 '시클리컬(Cyclical)' 업종에 주목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는 2일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에게 트럼프 2기 행정부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과 올해 국내 증시 전망 등에 대해서 물었다. 박 센터장은 "지금은 경기가 너무 다운 사이클에 있기 때문에 올해에는 금리 인하가 누적되는 효과가 발생하면서 하반기 이후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상반기 증시부터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 불확실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IT,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의 섹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내수 서비스 쪽에서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종목 섹터가 필요하다"며 "상대적으로 무역 분쟁 이슈로부터 자유로운 네이버 (KS:035420), 게임 종목 등을 섞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수출 중심 구조로 인해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 많은 국내 증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조선이나 전력기기"의 경쟁력도 높다고 판단했다. 또한, 고환율 상황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와 자동차 분야의 실적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1사분기 환율 상황도 지금과 비슷할 것이기 때문에 (반도체, 자동차) 실적에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센터장은 올해도 계속 AI(인공지능) 기술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지금은 AI 챗봇의 시대인데 실제 사용 측면에서는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AI 에이전트로 넘어가면서 활용도가 높아지게 되고 이를 통해 AI 생태계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분야에서 이미 경쟁력이 확보된 한국의 반도체 기업이 계속해서 시장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외적 변수만큼 불확실성이 큰 대내적인 정치리스크에 대해서는 "코스피 투자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서 중요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코스피가 지난해 7월 2900포인트를 찍고 그 이후부터 떨어져서 2400포인트가 됐다. 계엄 전인 12월 초에도 주가는 2500포인트였고 지금은 그것보다 80포인트 정도 떨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동안의 하락 속도 대비 계엄 이후 더 떨어졌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실적"이라고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나빠졌고, 올해 상반기까지는 실적과 관련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주가 하락세가 이어진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이후 긍정적인 흐름이 생겨나기 시작하면 주가는 자연스럽게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 센터장과의 일문 일답
Q. 올해 코스피 전망은
A. 전반적으로 반등할 수 있다. 지금은 경기가 너무 다운 사이클에 있기 때문에 올해 금리 인하가 누적되는 효과가 발생하면서 하반기 이후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상반기 증시부터 반영될 것이다. 한국은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 많은데, 이러한 업종 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실하게 갖고 있는 것들이 없다 보니 글로벌 경기 흐름 속에서 가격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조선, 전력기기 등이 경쟁력이 있는 것이고, 그 외의 종목들은 대내외적 경기 상황이 좋아지면 좋아질 수 있다.
Q. 올해 주목할만한 종목은
A. 조선하고 전력기기는 펀드 실적이 좋기 때문에 추천하고 있다. 현재 트럼프 무역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수 서비스 쪽에서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네이버 등 인터넷 소프트웨어,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상대적으로 무역 분쟁 이슈로부터 자유로운 섹터들을 섞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올해는 반도체가 제일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SK하이닉스를 선호하고 있는데 올해 하반기 반도체가 전반적으로 괜찮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상반기부터는 이러한 분위기가 조금씩 반영될 것이다.
Q. 바이오 주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많던데
A. 바이오는 주가를 장기 실적을 가지고 프라이싱(가격 반영)을 해야 되기 때문에 신약에 대한 기대감은 지난해 중반에 주가가 좋을 때나 나쁜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결국은 금리에 대한 기대감이 중요한 것이다. 미국의 장기 금리가 확실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동반돼야만 상황이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 업종에 대해서는 현재로써는 매우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지는 않다.
Q. 내년 화두가 될 기술은
A. 내년도 계속 AI가 화두가 될 것이다. 지금은 AI 챗봇의 시대인데 실제 사용 측면에서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향후 AI 에어전트로 가면서 활용도가 보다 높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AI 생태계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의 메가 빅텍들, 한국의 반도체 기업, 대만 TSMC 등이 계속해서 시장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Q. 고환율로 인한 수혜주는
A. 원재료 수입이 적고 수출이 많은 업종이 수혜를 받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수출을 많이 하는 산업인 반도체나 자동차 쪽의 실적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올해 1사분기 환율 상황도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할 것이기 때문에 당장은 실적에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고, 엔터테인먼트, 게임 주식 일부도 수출이 많기 때문에 긍정적인 상황인 것으로 보고 있다.
Q. 국내 정치리스크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A. 정치리스크가 코스피 투자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코스피가 지난해 7월 2900포인트를 찍고 그 다음부터 떨어져서 2400포인트가 됐다. 계엄이 있기 전인 12월 초에도 주가는 2500포인트로, 지금은 이때보다 80포인트 정도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의 하락 속도 대비 계엄 이후 코스피가 더 떨어졌다고 보지는 않는다. 실적 전망이 나빠졌고, 올해 상반기까지는 실적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주가 하락세가 이어졌다고 판단한다. 올해 하반기 이후 긍정적인 흐름이 생겨나기 시작하면 주가는 자연스럽게 반등할 것이다.
Q. 올해는 밸류업 프로그램 효과 발휘할지
A. 밸류업 프로그램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얼마나 효과가 발생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매우 제한적이다. 일본 모델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인데 일본하고 우리나라는 차이가 크다. 일본은 수출 위주지만 기술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많고, 상장 기업의 매출액에 있어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실적 안정성에 대한 지속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주 환원의 지속 가능성도 높고 제품 가격을 적극적으로 다운시키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모델로 가게 되면 일본이 10년만에 성과를 이뤘다고 하는데 한국은 10년 동안 일본의 반에 반도 못따라 갈 것이다. 일본정도의 성과를 기대하려고 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의 비전이 명확해야 한다.
Q. 한국 시장의 문제점은
A. 한국이 글로벌 기업들만큼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는 실적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하고 한국을 비교해보면 미국 기업들은 소비재 매출이 많다. 소비재 매출은 가격(P)과 수량(Q)를 곱하면 되는데, 소비자 물가인 P는 마이너스가 나오지 않는다. 소비자 물가가 마이너스가 되면 디플레이션인데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고, 양적 완화를 하는 등 대응을 하기 때문에 마이너스가 나오지 않는다. 수량에서 마이너스가 나면 리세션(경제 후퇴)이기 때문에 리세션도 잘 생기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수입(revenue)은 연간 몇 프로씩 증가하게 된다. 한국 시장은 P가 수출 물가인데 이는 경기가 안 좋을 때 마이너스가 잘 나온다. 한국은 기술 경쟁력이 확보돼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보니까 상황이 좋지 않으면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 수량이 계속 증가해도 수입은 마이너스가 나올 때가 많다. 매출이 마이너스가 나올 때가 많다는 것은 이익도 마이너스가 나올 때가 많다는 것이다. 즉, 어닝의 안전성이 확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마켓에 돈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PER 20배를 가는데 한국이 PER 10배 내외에 머물러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김근화 기자 srmsgh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