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 - ▲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서승리 기자 | 최근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에도 지난달 국내 주식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거래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 손실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 증시 흐름이 좋다 보니 투자 매력도가 높아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에서는 해외주식 거래가 증권사들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는 동시에 향후 수수료 비용 절감 등을 위한 해외 법인 설립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지난달 미국 주식 거래액은 635억달러(약 92조원)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은 311억1000만달러를 매도하고 323억9000만달러를 매수하며 지난 7월 월간 거래액(540억8000만달러)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 예탁결제원이 관련 자료 집계를 시작한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앞서 미국 주식의 월간 거래액은 지난 2월 300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7월 500억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특히, 한국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나타낸 7월 이후에는 미국 주식 거래액이 더욱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
지난해 기준 월평균 거래액은 222억7000만달러였으나, 올해 7월부터 11월까지 월평균 거래액은 493억6000만달러로, 지난해와 비교해 2배가 넘게 증가한 것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계엄사태 등으로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미국 주식 매수세가 증가하는 것을 두고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환율이 높게 유지되는 경우 추후 환율이 하락해 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미국 주식 매수세가 약해질 수 있다”며 “그럼에도 미국 증시의 강력한 상승세와 상대적으로 국내 증시의 약세 등이 투자심리에 종합적으로 반영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투자자들의 수요가 미국 주식으로 집중되며 증권업계에서는 신규상품 출시, 수수료 인하 등 해외주식 거래와 관련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해외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성이 높아진 만큼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 유치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은 지난 24일 미국 다우존스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 3종을 신규 출시했다. 신규 ETN은 ‘삼성 미국 다우존스 ETN’, ‘삼성 레버리지 미국 다우존스 선물 ETN’, ‘삼성 인버스 2X 미국 다우존스 선물 ETN’ 등 총 3종이다.
또한 6일 기준 해외주식 자산규모가 30조원을 돌파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73% 증가한 수준이다.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지난 3분기 기준 5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8.8% 증가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6월 기준 해외주식 잔고가 30조원을 돌파한 이후 불과 반년 만에 40조원까지 확대됐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해외 주식 시장 확대에 따라 증권사들의 현지 법인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지 법인을 통해 거래를 수행하는 경우 수수료 비용 절감 등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사는 미국 현지법인에서 직접 거래를 수행하며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며 “추후 수수료 비용 구조 개선 목적의 해외 증권사 인수··지분 투자 또는 해외 법인 설립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