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일명 ‘빚투’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당사자를 향해 빚을 갚으라는 요구는 물론이고 그의 가족이 빌려간 돈을 갚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을 여론에 호소하는 것이다. 자신이 아니라 가족들의 금전 관계로 인해 이슈가 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앉아서 빌려주고 엎드려 받기도 힘든 현실’에 직면해야 하는 채권자들은 더욱 간절한 심정으로 ‘빚투’에 동참하게 된다.
그런데 이처럼 빚을 갚아달라고 호소하는 사람 중에는 이미 사기죄 등으로 상대방을 고소했거나 형사 고소하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꼭 갚겠다”는 말이 거짓이 돼 버리고 돈을 돌려 받지 못해 고통받는 입장에는 다름이 없는데도 형사 고소를 대하는 태도는 매우 다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법은 단순한 ‘채무 불이행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돈을 빌릴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지만 그 후 어떤 사정에 의해 변제할 수 없게 됐다면 형사상 죄는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채무 불이행이 죄가 되기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사정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갚을 의사와 능력이 없었거나 변제 방법, 돈의 사용 용도 등에 관해 속인 사실이 있고 사실대로 말했다면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 예상된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돼야 비로소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가령 채무자가 한 달 안에 적금이 만기돼 틀림 없이 돈을 갚을 수 있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거나 급한 사업자금으로 쓴다고 해 돈을 빌려줬으나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최근 이슈가 된 사건처럼 돈을 빌리자마자 야반도주한 경우 역시 돈을 갚을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 명백하므로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범죄가 성립한다고 해서 돈을 저절로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민사와 형사는 별개이므로, 채권 추심을 위해서는 별도의 민사소송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형사 고소는 간접적으로 채무자나 그 가족의 자발적인 변제를 이끌어낼 수 있어 때로는 민사 소송보다 효과적인 채권 회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피해자와의 합의나 피해금액 배상 여부는 형사사건에서 중요한 참작 사유이므로 변제에 대한 압박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돈을 빌려주면서 작성하는 차용증 또는 금전소비대차계약서 등에 기본적인 사항만 기재하는 것보다는 채무자의 부가적인 약속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재해 두는 것이 좋다. 변제할 자금 마련 방법, 자금 사용 용도 등 금전 거래의 전제가 된 조건들에 관해서 상세히 기재한다면 추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사기죄 고소가 용이해질 수 있고 채권 회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민사 문제를 형사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지만 돈을 돌려 받지 못한 사람이 모든 정당한 방법을 동원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금전 거래 당시에는 서로의 신뢰가 깊게 자리잡고 있어 채권 회수를 위한 안전장치 확보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뢰만큼 소중한 금전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물적, 인적 담보를 확보해 둬야 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 차용증 등에 상세한 내용을 적어 둬야 변제받기가 조금이라도 수월해질 수 있다.
박현진
"경기둔화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채권시장 당분간 강세 지속"
헤지펀드에 분산투자…급락장에도 안정적 수익
정책 수혜 기대되는 저평가 美 소형주에 집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