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40원 선을 눈앞에 뒀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2주일이 지났으나 원/달러 환율은 36원 오르며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다음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지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0.1원 오른 143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 17일 1438.9원에 거래를 마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33원)보다 6원, 비상계엄 전(1402.9원)보다 36원 넘게 올랐다.
미 달러화에 대한 글로벌 주요 통화의 가치는 0.4% 하락한 반면 원화 가치는 2.3% 떨어졌다. 계엄 사태 여파로 한국 원화 가치가 대폭 하락한 셈이다. 지난 14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원/달러 환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143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투자 심리가 여전히 위축됐다고 보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조금 완화됐지만, 경제와 시장으로 전이된 충격의 영향은 지속되고 있다"며 "경제와 금융시장이 (계엄 사태)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기저에 깔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1월 취임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폭탄' 우려도 원화 가치를 누른다. 한국의 무너진 리더십에 트럼프 관세를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6년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는 반도체가 호황기에 힘입어 3%대 안팎의 성장률을 유지했지만 이번 탄핵 정국이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파는 과거보다 클 수 있어서다. 과거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면 외환당국이 비상사태로 인식했는데 최근엔 심리적 마지노선이 1450원대까지 밀렸다.
이상범 KB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굵직한 정치적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3~6개월간 사태가 지속됐다"면서 "사태가 빠르게 수습될 기대가 낮아지는 만큼 1390~1450원 내에서 원/달러 환율이 레벨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추가 경정예산(추경)에 동의한다고 밝히는 한편 외화 안전판으로 불리는 외환보유고 소진은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달러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2021년 10월 4692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 이후 3년 동안 감소하는 추세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22년 5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300억달러 이상 줄었다.
가령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할 경우 외환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외환보유고를 헐어 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창용 총재는 "외환보유고에 크게 변동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경제정책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